매거진 단편집

육식주의자

by 박요한

그는 고기를 사랑했다. 아니, 고기를 숭배했다. 그의 하루는 붉고 윤기 나는 생고기의 빛깔로 시작해 뜨겁게 익은 스테이크의 향기로 끝이 났다. 냉장고는 금단의 성소처럼 철저히 닫혀 있었고, 그 안에는 돼지의 등심, 소의 안심, 양고기, 닭고기, 그리고 이름 모를 희귀한 고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것들은 그의 손길을 기다리며 날것의 냄새를 은밀히 퍼뜨렸다. 그의 집은 마치 오래된 도축장 같았고, 창문을 열면 이따금 날아든 파리들조차 그 냄새에 취한 듯 조용히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의 이름은 민재였다. 민재에게 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물컹한 살결을 칼로 가르며 느껴지는 저항감, 뜨거운 불 위에서 터지는 지방의 소리, 그리고 이를 통해 그가 느끼는 짐승의 흔적들. 그는 고기를 씹으며 눈을 감았다. 혀끝에 닿는 철분의 맛이 짙어질수록 그는 살아 있다는 기이한 확신에 사로잡혔다. 그 맛은 어떤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원초적 언어처럼 그를 휘감았다.

그러나 그의 세계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그의 도시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고기였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금기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종종 “환경,” “지구,” “윤리”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그들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비난의 눈초리로 바라보았고, 민재는 그 시선 속에서 점점 숨이 막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옆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 왔다. 그녀의 이름은 윤서였다. 윤서는 채식주의자였다. 아니, 그의 눈에는 그것을 숭배하는 광신도처럼 보였다. 윤서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그에게 말을 걸었다.

“냉장고에 고기밖에 없으시네요. 나중에 심장이 고기를 거부할지도 몰라요.”

그녀의 말은 단순했지만, 민재의 머릿속에는 오래된 생살의 냄새가 가득 찼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날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식탁 위에는 마블링이 완벽한 와규 스테이크가 놓여 있었다. 그는 정성을 다해 고기를 구웠다.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는 그의 의도처럼 공간을 가득 메웠다. 윤서는 식탁을 바라보며 한동안 침묵했다. 그녀는 포크를 들지도 않았고, 고기를 탐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녀는 말했다.

“이런 냄새가 사람의 살냄새랑 비슷하다는 거, 들어본 적 있으세요?”

민재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얼어붙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와인 잔을 들며 그를 바라봤다.

“고기를 먹는다는 건 누군가의 삶을 뜯어먹는 것과 같아요. 당신은 그게 어떤 기분인지 정말 아세요?”

그날 밤, 민재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그의 귓속에서 울렸다. 그가 씹어 삼킨 모든 고기가 그의 목구멍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민재는 고기 위에 남겨진 핏자국과 칼날의 자국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며칠 후, 그는 다시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이번엔 고기가 없었다. 대신 그의 식탁에는 가지로 만든 스테이크와 병아리콩으로 만든 샐러드가 놓여 있었다. 그는 손끝을 떨며 말했다.

“이게 당신이 먹는 거죠? 당신의 세계를 이해해보고 싶어요.”

윤서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차가웠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샐러드 포크를 들었다. 식탁 위의 음식들은 한동안 손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민재는 샐러드의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익숙하지 않은 향이었다. 윤서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이제야 조금은 알겠네요. 하지만 알아야 해요. 모든 맛은 결국 사라지죠. 남는 건 그것을 먹고 난 후의 무게뿐이에요.”

그날 밤, 민재는 다시 고기를 구웠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고기에서 퍼지는 냄새는 더 이상 그에게 원초적인 기쁨을 주지 않았다. 대신 그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텁텁한 공허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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