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로
나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다.
외모도, 키도, 성격도. 사람들은 나를 스쳐 지나가도 기억하지 못한다. 특별할 것 없는 삶을 살아왔다. 평범한 학교, 평범한 직장, 평범한 인간관계. 그저 적당한 하루를 보내고, 적당한 감정을 느끼며 살았다.
그런 내가 단 한 번, 평범함을 거부했다.
그날따라 모든 것이 나를 부추겼다. 아침부터 신발 끈이 끊어졌고, 버스는 내 앞에서 떠났다. 식당에서는 내가 주문한 음식이 엉뚱한 걸로 나왔다. 작은 실수들이 겹쳐지며 마치 신이 나를 어디론가 떠밀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평범한 나를 무너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 실수로 인해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나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다.
내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하루는 더 이상 하루가 아니었다. 시간은 늘어지고 흐릿해졌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멀어졌고, 음식의 맛은 사라졌다. 낯선 얼굴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떤 이들은 동정했고, 어떤 이들은 수군거렸다.
숨이 막혀왔다.
이곳에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나는 기차도, 버스도 타지 않았다.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운전기사가 물었다. 나는 창밖을 보며 짧게 대답했다.
“바다로 가 주세요.”
기사는 룸미러로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 늦은 밤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는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차를 출발시켰다.
차는 도로를 달렸다. 창밖으로 스치는 불빛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차 안은 숨막힐 듯 조용했다. 기사는 몇 번이나 나를 흘깃 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손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아니요.”
나는 말을 끊었다. 기사는 더 묻지 않았다.
도로 위의 가로등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도시를 벗어나 바다로 가까워질수록 차 안은 점점 어두워졌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검은 하늘 아래, 저 멀리 수평선이 보였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바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착한 바다는 깊고 푸른 색이었다. 하얀 파도가 몰아쳤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차가운 모래 위를 밟았다. 차디찬 바닷물이 발끝을 적셨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바람이 거세졌다. 옷깃이 휘날렸다. 귀에서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섞였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손끝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래, 이걸로 끝이다.
눈을 감았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렸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시간에? 이 순간에?
손을 떨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바람이 스크린 위를 스쳐 지나갔다. 화면에는 단 한 줄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어디야?”
심장이 요동쳤다.
손끝이 떨렸다. 눈앞의 바다가 흔들리는 듯했다.
메시지를 무시하면 된다. 그러면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파도에 몸을 맡기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대로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답장을 한다면?
나는 멈춰 섰다.
파도는 여전히 내 발목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차가운 물결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지금 선택해야 한다.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까, 아니면 휴대전화를 바닷속으로 던져야 할까?
파도가 점점 거세졌다. 바람이 내 뺨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춰 섰고
파도는 여전히 밀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