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으로 가는 길

by 박요한

옥상으로 가는 길


나는 꿈을 꾸었다.

중학교 때 나를 괴롭혔던 아이가 나오는 꿈이었다.

이름까지 또렷이 기억나는, 가끔은 꿈속에서조차 나를 놓아주지 않는 아이. 종현이었다.


보통 이런 꿈에서는

나는 그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억울함이 몸을 빌려 폭력의 형태로 튀어나오듯,

꿈속의 나는 늘 싸운다.


그러나 이번 꿈은 달랐다.


종현은 나에게 옥상으로 따라오라고 했다.

그는 먼저 계단을 올라갔고,

나는 곧바로 따라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아이들을 하나씩 보내

나를 집요하게 옥상으로 밀어 올렸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 몸은 분명 중학생이었지만,

내 정신은 서른을 지나 있었다.


나는 꿈속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손은 떨리지 않았다.

번호를 누르는 동작이 이상하리만치 정확했다.


“네, 지금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어서

보호를 요청합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경찰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그 말 한마디에

이상하게도 가슴이 먼저 풀어졌다.

누군가 나의 상태를

‘이해하려 한다’는 감각이

몸에 닿았다.


나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교무실로 향했다.

꿈속의 복도는 길고,

형광등은 지나치게 밝았다.


교감선생님에게 말했다.


“학교폭력을 당하려 했고,

보호받기 위해 왔습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이렇게 무작정 찾아와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야.”


나는 손에 쥔 휴대전화를 조금 들어 올렸다.


“지금 경찰관과 통화 중입니다.”


그제야 그의 시선이 움직였다.

태도가 바뀌는 데는

아주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꿈이었지만

그 장면은 유난히 선명했다.

권력 앞에서만 부드러워지는 얼굴.

그 역겨움이

나를 꿈에서 깨웠다.


침대 위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어릴 적의 기억이

분명한 상처였다는 사실이

이제야 또렷해졌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줄 알았던 것들은

이렇게 서른의 꿈까지 따라와

나를 불러낸다.


나는 그날 새벽,

나에게 남겨진 말들을 모아

조용히 사과했다.


그 시절,

아무도 보호해주지 못했던

모든 아이들에게.


상처받고도

말하지 못했던

모든 영혼들에게.


침대 위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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