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리본이 묶인 날

by 박요한

흰 리본이 묶인 날


3월 7일 오후 두 시, 예식장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다.

수십 개의 유리 조각들이 빛을 잘게 부수어 흩뿌리고 있었다. 바닥에 닿은 빛은 마치 물 위의 파문 같았다. 사람들은 그 아래서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식권을 정리했고, 누군가는 코트 자락을 털었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어 꽃장식을 찍었다. 흰 장미와 초록 잎사귀, 둥글게 말린 리본들. 모든 것이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었다. 넘칠 만큼 환했고,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깨끗했다.


나는 단상 가까이에 서서 축가 순서를 확인하고 있었다.

신랑과 신부는 미리 연습한 동선대로 천천히 걸었고, 하객들은 정해진 순간마다 박수를 보냈다. 음악은 부드럽게 고조되었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낮아졌다. 누군가 행복은 준비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적당한 조명과 적당한 온도, 적당한 꽃의 향기, 미리 다려 놓은 옷과 반복해 외운 멘트들 속에서.


신부의 부케는 작았다. 흰색과 연분홍 사이 어딘가의 색이었다.

그 꽃다발을 쥔 손이 조금 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긴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떨리는 손을 보면 대개 그렇게 생각한다. 긴장, 설렘, 감동. 몸이 보내는 신호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늘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일이었다.


예식은 예정대로 흘러갔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걷는 신부. 단상 위에서 떨리는 숨. 마주 보고 웃는 얼굴들. 누군가는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눌렀고, 누군가는 소리 없이 동영상을 찍었다. 사랑은 이렇게 타인의 시선 속에서 완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축복을 증인 삼아, 오래 지속될 것 같은 표정들 속에서.


그날의 공기는 따뜻했다.

꽃 냄새와 향수 냄새, 다림질한 천의 냄새가 한데 섞여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냄새를 맡으며, 이토록 많은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이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한 장면을 보고 있었다. 살아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선택하는 장면. 한 사람의 오늘이 다른 한 사람의 내일이 되는 장면.


식이 끝나고 박수가 터졌다.

사람들은 의자에서 일어났고, 축하한다는 말들을 들고 몰려갔다. 흰 꽃잎 모양의 장식이 통로에 흩어져 있었다. 신랑신부는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멈췄고, 웨딩홀 직원은 흐트러진 치맛자락을 펴주었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며 예쁘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그랬다. 너무 예뻐서, 그래서 오히려 현실 같지 않았다.


휴대폰이 울린 것은 그 직후였다.


짧은 진동.

카카오톡 알림 하나.


어린 시절 나와 가장 자주 놀던 친구의 이름이 화면에 떠 있었다.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약간 비어 있는 통처럼 울렸다. 축하의 말을 보내려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오랜만에 안부라도. 오늘이 내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결혼식 직후의 사람은 이상하게 세상 모든 연락이 밝은 것일 거라 생각하게 된다. 흰 꽃과 박수 소리와 미소가 아직 눈앞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자를 열기 전, 나는 아주 잠깐 다른 가능성을 떠올렸다.

우리 나이에 오는 부고라면 으레 조부모일 거라고. 아니면 부모님. 그 정도의 슬픔을 나는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일찍 도착했을 뿐 언젠가 모두에게 오는 소식이니까.


하지만 화면 속에는 예상했던 이름이 없었다.


친구의 동생.


나는 그 이름을 몇 번이나 읽었다.

어릴 적 운동화 끈을 제대로 묶지 못하던 아이. 골목 끝에서 우리를 따라오다 숨이 차 금방 주저앉곤 하던 아이. 설날이면 형 뒤에 숨어 꾸벅 인사하던 아이. 어느 날 갑자기 키가 우리보다 커져서 어색하게 웃던 아이. 내 기억 속에서 그는 늘 형의 뒤쪽, 그러니까 삶의 밝은 쪽 변두리에 서 있었다. 아직 완전히 자기 차례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처럼.


부고 문장은 길지 않았다.

짧은 안내와 장소, 시간만이 적혀 있었다.


나는 한동안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예식장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와인을 따르고 있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으며 어깨를 부딪쳤다. 아이는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뛰어다녔다. 그 모든 장면이 갑자기 아주 멀리 있는 풍경처럼 느껴졌다.


나는 장례식장을 상상했다.


예식장의 흰 꽃이 장례식장의 국화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흰색은 이상하리만치 많은 의미를 견딘다. 축복과 애도, 시작과 끝, 맹세와 작별. 같은 색이 전혀 다른 자리에 놓여 전혀 다른 침묵을 만든다.


며칠 뒤, 나는 실제 장례식장에 서 있었다.


친구는 복도 끝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잠시 서 있다가 조용히 앉았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었어…”


친구는 잠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평범한 목소리로 말했다.


“파혼했어.”


그 말은 이상하게도 너무 조용하게 들렸다.

마치 큰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오늘 날씨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 한 문장은 공기 속에서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문득 며칠 전 예식장의 장면을 떠올렸다.

반지를 끼워 주던 손.

박수 소리.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웃음.


어떤 사람은 사랑 때문에 삶을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사랑 때문에 삶을 끝낸다.


나는 장례식장을 나와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하늘은 이상하게 맑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를 걷고 있었고,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결혼식이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잠깐 멈춰 서서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같은 날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다른 날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이 끝나는 날.


그리고 그 두 날은 가끔

아무렇지 않게

같은 하루 속에 놓여 있다.


흰 리본이 묶인 날,

나는 그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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