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9일

2022년 3월 18일

by 이선주

2022년 3월 10일 목요일 저녁 10시 10분. 내 마음이 이렇게 아팠던 적이 있었나? 어제저녁 맘이 너무너무 아픈데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서 부엌에 가서 전기주전자 스위치를 올리고, 안방에 가서 창문을 닫고, 주전자 스위치 꺼졌는데, 그냥 거실에서 서성거리고, 가만히 서 있다가.


아, 심장이 철렁하고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그냥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다음부터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멍하니, 머릿속이 텅 빈 것만 같았다. 너무 놀라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도 몰라 어리벙벙하게 있는데, 점차적으로 슬픔이 스며들어왔고, 땅속으로 꺼질 것 같은 무기력함이 엄습해왔다. 그다음에는 그냥 숨을 쉬고 있는 것조차도 힘들고 버거워서 이른 시간인 대도 바로 침대로 향했다. 몰랐으면 했다. 내가 잘못 본 것이라 믿고 싶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모든 것 잊고 잠이나 자자라고 생각하며 이불을 덮었는데. 잠도 들지를 못했다. 한 참 동안을 뒤척이다. 잠깐 잠이 들었었나 보다. 새벽 알람 소리에 일어났다가 끄고, 다시 잠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이와 유사한 아침을 맞이한 적이 있다. 35년 전, 1987년 봄 아니면 가을이었던 것 같다. 기억에 아침이 쌀쌀했었으니까. 그날 아침, 아마도 학교를 가려고 아파트를 나왔나 보다. 해가 떠서 온 세상이 환한데도, 무거운 나의 마음에 비치는 사람들이 모두 우울해 보였고, 세상도 기운이 꺾이고 풀이 죽은 듯했었다.


1987년 그때 나는 서울에 있었고, 2022년 지금 나는 프레토리아에 있다.


분노, 슬픔, 실망, 좌절, 원망, 걱정, 염려, 달램, 용서함, 기대 그리고 희망으로, 오늘 3월 18일 나는 2022년 3월 9일 수요일을 정리하며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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