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5일
2022년 3월 5일 토요일 아침 11시 24분.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하려나 했는데 예기치 않게 시간이 비워졌다. 월요일에 오기로 했던 배관공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오늘 오기로 했었는데, 오늘도 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부엌에 가스스토브를 설치하고, 집 안 밖의 오래된 수도꼭지들을 바꾸고, 양변기의 수위 조절기를 바꾸는 것을 해주기로 예약을 했는데, 벌써 두 번이나 약속이 바뀌었다.
배관공과의 약속 때문에 월요일에는 휴가를 내고 집에 있었다. 재택근무하는 남편에게도 집안이 시끄러울 거니 사무실에 가서 일을 하라 종용을 해서 보내고, 나 혼자만 집에 남았다. 그런데, 아침에 배관공이 도착할 시간쯤 에 연락이 왔다. 일요일 저녁에 송금한 계약금이 그쪽의 통장에 아직 찍히지 않아서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없단다. 그래서, 온다고 해도 작업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주말에 송금을 했으니, 월요일 아침엔 아직 그쪽의 통장에 찍히지 않았겠지. 그런 상황이면 미리 나랑 상의를 하지, 그러면 뭔가 다른 방법으로 계약금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계획했던 일이 진행되지 않게 된 실망감보다는, 하루를 집에서 조용히,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지낼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커서 월요일 하루를 행복하게 보냈다.
같은 이유로 또 휴가를 내기가 힘들 것 같아서, 토요일에 와서 작업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배관공이 승낙을 해서 두 번째 약속을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다시 연락이 왔다. 본 인이 거래하는 도매상에 우리 집에 설치할 예정이던 가스 실린더 (19kg) 재고가 없다고 한다. 가스 실린더는 이 나라에서 만들지 못하고 수입을 하는데, 지금 그곳에 재고가 없으면 어찌할 수 없다고... 그럼 월요일에도 그렇지 않았을까? 그때는 왜 그런 이야기를 안 했지? 그래서 오늘도 오지 못하고 실린더를 구하면 오겠다고 한다.
이런 비슷한 상황들이 종종 있었다. 돈을 내고 누군가의 손을 빌리려 할 때마다. 그러면, 나는 망설여진다. 그 사람이 내세우는 이유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또는 말아야 할지. 그리고,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 착잡함은 혹시 내가 누군가에게 속고 있지 않나 하는 것과 계획했던 일이 실행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좌절감이 마구 섞인 것이고, 이 착잡함은 이 일을 생기게 한 당사자에 대한 불쾌감과, 나 자신에 대한 질책 감으로 변한다.
한참 동안 쿵쾅쿵쾅 하던 맘속의 사태가 진정이 되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상하고, 속상해한다고 수도꼭지가 고쳐지고 가스가 설치되는 것은 아니잖아? 그래 그럼, 괜히 시간 낭비, 마음고생, 기력 낭비하지 말자?'. 믿고 기다려보자. 이 배관공을 쓰는 것이 처음도 아니니까. 오는 화요일 (3월 15일)에 오기로 세 번째 약속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