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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엔 책 좀 읽었는데,
이제는 눈이 침침해서

밀리의 서재 순기능

by 두부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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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종이책파인 나는 전자책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글이라면 자고로 종이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어야 한다.는 편협한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상, 다양한 앱을 사용해보아야 한다.는 핑계가 없었다면,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책을 안 읽는 게 아니야

소싯적에 책 좀 읽었다는 아빠는 이제 곧 일흔을 바라본다. 우리 아빠가 일흔이라니, 내 기억 속 아빠는 영영 사십대인 것만 같은데. 눈이 침침해진 이후로는 책을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아빠. 그런 아빠지만, 평소에 손에서 핸드폰을 잘 놓지않는다. 5m는 떨어져서 보아도 보일법한 크기의 글자를 화면에 띄워 놓고, 유튜브며 뉴스며 이것저것 끊임없이 보고 있었다.


볼거리와 읽을거리들이 넘쳐나는 요즈음 느끼는 게 하나 있다. 정보는 가려서 보고, 기왕이면 잘 소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의미 없는 단발성의 콘텐츠를 습관적으로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같은 것이라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용하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그래서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책을 두어 권 읽어 본 결과, 강경종이책파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민망하리만치 전자책은 술술 잘 읽혔다. 어두운 배경에 흰 글자로 세팅하고 나니 눈이 편안하기도 했고,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눈맛 따라 조절해놓으니, 글을 읽는 자세도 한 결 멋대로 취할 수 있었다.(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한 손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다니) 당연했다. 나는 전자책만 읽지 않았을 뿐이지, 휴대폰으로 이미 트위터니 뉴스레터니 칼럼이니 하며, 종이책보다 더 많은 양의 글을 읽고 있었으니까.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독자에게 가독성이란

소싯적 독서광이었다는 아빠에게 밀리의 서재 이야기를 해보았다. '뭐 그런 걸 돈 주고 보냐'며 당연히 거절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밖에 사용해보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마도 글자 크기를 키우고 화면 배색을 커스텀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아 보이셨던 것 같다. 종이책은 눈이 침침해서 읽지 못하지만, 전자책은 도전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이거 어쩌면 우리 세대보다 6070세대에게 더 필요한 서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세 좋게 설치한 것과는 별개로 작은 모바일 화면에 빼곡한 글씨의 휙휙 넘어가는 화면들에 아빠는 덜컥 기시감을 느낀 것 같았다. 결국 그날은 아빠에게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히는 일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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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빠에게 즐거웠던 독서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무협소설을 꽤나 읽었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빠에게 '무협'카테고리를 보여주었더니, '죄다 만화네'라는 말이 돌아왔다. 신간들의 표지가 아빠의 기억 속 무협지(어두운 배경에 거친 필체로 흘린 한자와 같은)와는 꽤나 다른 생김새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발행일을 기준으로 과거로 목록을 돌려보았다. 그러자, '김용'작가님의 '신조협려'위에 아빠의 손가락이 멈췄다. 성공(?)했다.


완독률과 가독성

독자에게 가독성이란, 참 다양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단순히 글자의 크기와 자간, 줄간 등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의 정서까지 아울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밀리에서 완독률을 기준으로 도서를 분류하는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내가 완독 할 가능성이 높은 책일수록 가독성도 높아지고, 곧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다들 개인 맞춤화, 맞춤화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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