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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언니 Mar 26. 2022

소싯적엔 책 좀 읽었는데,
이제는 눈이 침침해서

밀리의 서재 순기능

강경종이책파인 나는 전자책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글이라면 자고로 종이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어야 한다.는 편협한 생각을 오랫동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상, 다양한 앱을 사용해보아야 한다.는 핑계가 없었다면,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책을 안 읽는 게 아니야

소싯적에 책 좀 읽었다는 아빠는 이제 곧 일흔을 바라본다. 우리 아빠가 일흔이라니, 내 기억 속 아빠는 영영 사십대인 것만 같은데. 눈이 침침해진 이후로는 책을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아빠. 그런 아빠지만, 평소에 손에서 핸드폰을 잘 놓지않는다. 5m는 떨어져서 보아도 보일법한 크기의 글자를 화면에 띄워 놓고, 유튜브며 뉴스며 이것저것 끊임없이 보고 있었다.


볼거리와 읽을거리들이 넘쳐나는 요즈음 느끼는 게 하나 있다. 정보는 가려서 보고, 기왕이면 잘 소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의미 없는 단발성의 콘텐츠를 습관적으로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같은 것이라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용하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그래서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책을 두어 권 읽어 본 결과, 강경종이책파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민망하리만치 전자책은 술술 잘 읽혔다. 어두운 배경에 흰 글자로 세팅하고 나니 눈이 편안하기도 했고,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눈맛 따라 조절해놓으니, 글을 읽는 자세도 한 결 멋대로 취할 수 있었다.(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한 손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다니) 당연했다. 나는 전자책만 읽지 않았을 뿐이지, 휴대폰으로 이미 트위터니 뉴스레터니 칼럼이니 하며, 종이책보다 더 많은 양의 글을 읽고 있었으니까.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독자에게 가독성이란

소싯적 독서광이었다는 아빠에게 밀리의 서재 이야기를 해보았다. '뭐 그런 걸 돈 주고 보냐'며 당연히 거절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밖에 사용해보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마도 글자 크기를 키우고 화면 배색을 커스텀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아 보이셨던 것 같다. 종이책은 눈이 침침해서 읽지 못하지만, 전자책은 도전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이거 어쩌면 우리 세대보다 6070세대에게 더 필요한 서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세 좋게 설치한 것과는 별개로 작은 모바일 화면에 빼곡한 글씨의 휙휙 넘어가는 화면들에 아빠는 덜컥 기시감을 느낀 것 같았다. 결국 그날은 아빠에게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히는 일에 실패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빠에게 즐거웠던 독서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무협소설을 꽤나 읽었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빠에게 '무협'카테고리를 보여주었더니, '죄다 만화네'라는 말이 돌아왔다. 신간들의 표지가 아빠의 기억 속 무협지(어두운 배경에 거친 필체로 흘린 한자와 같은)와는 꽤나 다른 생김새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발행일을 기준으로 과거로 목록을 돌려보았다. 그러자, '김용'작가님의 '신조협려'위에 아빠의 손가락이 멈췄다. 성공(?)했다.


완독률과 가독성

독자에게 가독성이란, 참 다양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단순히 글자의 크기와 자간, 줄간 등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의 정서까지 아울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밀리에서 완독률을 기준으로 도서를 분류하는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내가 완독 할 가능성이 높은 책일수록 가독성도 높아지고, 곧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다들 개인 맞춤화, 맞춤화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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