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긴 그물 두 장으로 촘촘한 그물 한 장 만들기
성긴 그물 두 장으로
촘촘한 그물 한 장 만들기
주말에도 잔디에 지박령처럼 박혀있는 나에게 '일하지 말란다' 하지만, 구독자수가 증가한 원인을 파악하는 건 일이 아니다. 부의 축적이지
얼마 전에 리트니스 일일 신규 구독자수가 전고점(?)에 도달했다. 이 기세로 간다면, 연초 버프 때 찍었던 레코드를 돌파할지도 모르겠다.(우리는 주말에 쉴 거지만, 일해라 GA)
몇 주 전에 구독 퍼널의 화면을 개선하여 배포하긴 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구독자 수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차가 조금 있어 보인다. 유사한 시기에 랜딩페이지들을 유입채널과 유입 키워드별로 최적화하는 작업도 병행했었는데, 아마도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
기존에 2개로 나뉘어있었던 화면의 전환 단계에서 가장 많은 이탈이 발생하고 있었다. [구독 안내]와 [결제 정보 입력] 화면이 구분되어있었는데, [구독 안내] -> [결제 정보 입력]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결제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화면을 이탈하는 유저가 전체 퍼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두 개의 화면을 하나로 합치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스타트업의 장점이 뭐던가. 가볍고 빠르게, 상상하고 추측하던 것들을 내 손으로 빠르게 프러덕트에 적용하고 검증해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결제라인 다 비켜, 내가 작업도 하고 결제도 한다) 나는 팀원들의 손이 되는 사람이니까. 내가 그린 화면이 프로젝트의 방향과 의도에 아다리가 딱 맞을 때 희열을 느낀다.
아무튼, 2개의 화면을 1개의 화면으로 병합하여, 한 화면에서 [구독 안내+결제정보 등록]가 진행되도록 화면을 재구성하였다. 이탈할 수 있는 구멍을 하나 줄인 것인데, 성긴 그물 두 장을 모아다가 촘촘한 그물 한 장을 만든 것이다.
화면을 합친 다음에 내가 할 일은 정보의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화면은 텍스트도 너무 많고, 지시되는 액션도 불분명해 보였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보여줄 정보의 위계를 분명히 설정하여 가시적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30일 무료체험 -> 이번 달 결제 0원 -> 다음 달 결제 안내 -> 결제정보 입력
첫 달 결제는 0원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화면은 '그래서 결제를 지금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모호해 보였다. 물론 관련해서 CS도 그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결제되는 금액이 0원이에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를 소개한답시고 구구절절 늘어놓았던 설명글도 시원하게 생략해버렸다. 이제 유저는 분명히 안다. '이번에는 결제가 되지 않지만, 0월 0일에는 1만 7천 원이 결제가 되겠구나.'
결과적으로 절차를 간소화하면서도,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화면으로 개편되었다. 퍼널이 깡패였다. 많은 시간 '은는이가'로 할까, '이그저어'로할까 텍스트를 가지고 머리 싸매거나, A컷으로 갈까 B컷으로 갈까 논의했던 것(물론 중요하지만)보다, 퍼널을 간소화하는 것이 목표치에 드라마틱한 영향을 주었던 케이스다.
물론, 개편 전 화면이 너무 허접했던 탓에 결과가 더 드라마틱했던 것 같기도 하다. 수십 년간 많은 이들이 심플 이즈 베스트라고 외치는대는 이유가 있는가 보다.
우리 마케터 왈 '빼는 것이 개선이다'. 2배 개선이라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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