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클래식 1기쁨』 클레먼시 버턴힐, 윌북 출판사
우리는 매일 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노래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세상과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우리는 세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한다. 말로 이야기하거나, 글로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향기를 조향 하거나, 음식을 만들거나 혹은 춤을 추며 그것들이 계속해서 살아가게끔 할 수도 있다.
내 가장 오래된 친구는 성악가다. 그리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것도 굉장히 잘 친다. 하지만 내게 클래식은 멀게만 느껴진다. 대사 하나 없는 <호두까기 인형>을 보았을 때도 그랬고, 원어로 공연되는 <지젤>을 스크린에 표시되는 자막(글씨가 너무 작아 내가 앉은 좌석에서는 제대로 읽기도 어려운)에 의지하여 볼 때는 더더욱 그랬다.
상황이 이러하니, 나에게 가사 하나 없는 클래식 음악은 일상생활에 있는 듯 없는 듯 깔리는 BGM쯤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사실 BGM만큼 중요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노랫말이 있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 보다 노랫말이 없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 하던 일에 더 몰입하기가 수월했으며, 같은 선율을 들으면서도 매번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노랫말이 있는 음악과 달랐다. 그래서 오늘은 잠들기 전 필사하는 시간에 BGM을 깔아보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책을 집어 아무 페이지나 펼쳤는데 8월 21일(TMI지만, 내겐 의미가 있는 날짜다)자 플레이리스트가 적혀 있는 페이지가 펼쳐졌다. 본래는 오늘 날짜인 1월 25일의 곡을 들으려는 계획이었지만, 곡의 제목을 읽는 순간 그대로 지나치기 힘들었다. <G-스팟 토네이도> 그 G-스팟이 내가 아는 그것인지 궁금해졌지만, 바로 그 아래에 적혀있는 '이 곡을 작곡한 프랭크 자파(1940-1993)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로열 앨버트 홀에서 공연이 금지되었다(이후에 금지령은 풀렸지만)'는 설명이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Frank Zappa : G-Spot Tornado (Matthias Pintscher / EIC)>
클래식하면 떠올렸던 고정관념들에 대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클래식이 정의하고 있는 바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장 처음 펼쳤던 페이지에서 들려준 곡 덕분에 다른 곡들이 궁금해졌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에 대한극장에서 재개봉된 【피아니스트의 전설】을 보았다. 일부러 클래식 관련 영화를 찾아서 보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두 작품을 통해 클래식에 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했다.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평생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버지니아호 안에서 평생을 살며 피아노를 연주했던 나인틴헌드레드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는 평생을 배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지만, 매일 밤 버지니아호의 바깥세상 모습을 꿈에서 본다. 그리곤 그 이야기를 88개의 피아노 건반을 통해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노랫말 없이 오로지 피아노 건반만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나인틴헌드레드를 보고 있자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1일 1클래식 1기쁨』의 안내에 따라 365일을 들어내려가다 보면, 세상과 소통하는 색다른 방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오후의 걸음엔 어떤 BGM을 깔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