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셀프 인테리어, 초보의 현실
최근 들어 일이 좀처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계획한 일들이 빗나가고 나니,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보내는 느낌이다.
생각은 많은데 중심이 없다.
그저 얼렁뚱땅,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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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집이 팔리지 않는다.
여름부터 집을 내놨지만, 겨울이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다.
손님은 오는데 원하는 가격대와 타입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집은 '구경하는 집'이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치우고 정리하고,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하루가 다 가버린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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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이의 진로 고민.
첫째 아이는 입시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이제 예고를 목표로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할지, 일반고등학교로 가서 부족했던 공부를 보완할지를 고민 중이다.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예술을 향하고 있지만,
부모로서는 현실적인 선택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결정을 미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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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사할 곳에 대한 갈등.
집이 팔리면 이사할 곳도 정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곳 옆 아파트로 갈지,
남편 회사 근처로 완전히 옮길지를 두고 한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다.
회사 쪽으로 가게 되면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고, 옆 아파트로 간다면 공간을 줄이고 집의 조건에 맞춰 살아야 한다.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넓은 집에 살다가 작은 집으로 옮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새 아파트에서 살다가 20년 넘은 구축 아파트로 간다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마음은 흔들렸고,
그 흔들림을 가라앉히는 일도 버거운 날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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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구축 아파트를 선택했다.
두 달 넘게 신축과 구축 사이에서 고민하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반셀프 인테리어로 방향을 잡았고,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은 친구의 조언을 따라 하나씩 진행해 나갔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처음 접하는 영역이었기에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건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시간이기도 했다.
삶의 공간을 내가 선택하고 꾸며가는 그 여정은
작은 서툼도 결국엔 애정이 되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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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준비하면서 참 많은 걸 겪었다.
갈등도 있었고, 피곤함도 있었고,
수없이 흔들리는 나를 마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 끝에,
우리는 이 집에 도착했다.
서툴렀지만 함께했고,
지쳤지만 나아갔다.
가족이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며
목표를 이루어낸 과정 자체가 소중하다.
앞으로 이 집에서 살아갈 날들이 기대된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이제는 조용히, 마음속 깊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