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연으로...
입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요즘, 지갑도 열고 입도 열고 있는 기분이다.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새로운 집, 새로운 동네.
낯선 환경 속에서 자연스레 적응해 가면 좋았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
이웃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말을 더 많이 하고,
맞장구를 치고,
불려 나간 모임에도 열심히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한마디라도 더 하려 애썼다.
그러다 문득,
그런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본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도 아니고,
밖에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도 아니다.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그동안 너무 애쓰며 감정 소비를 해왔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흘러가는 대로, 천천히 적응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아등바등하며
나를 잃어가고 있었을까.
그 중심에는
‘우리 아이’가 있었다.
어릴 땐 “엄마 친구가 아이 친구다”라는 말을 듣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내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모임에 나가고, 대화를 이어가고,
억지로 인연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제, 문득
인연은 억지로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다시 나로 돌아가려 한다.
마음을 정리하고, 감정을 정돈하고,
내 안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
이번 여름방학은 유난히 짧다.
7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 채
벌써 8월이다.
남은 방학 동안 아이에게 더 집중하고,
내가 계획했던 일들에도
다시 마음을 실어보려 한다.
지금 이 시간은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천천히, 조용히.
그러면서도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