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의 피로, 그리고 한 잔의 여유

방학은 바람처럼 지나갔다.

by 이츠미

첫째 아이 시험 준비로 방학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바빴다.

둘째 아이 개학과 함께 비로소 한숨 돌릴 틈이 생겼다.


방학 때쯤이면, 정말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하루 세끼 밥… 아침 먹고 치우면 점심, 점심 먹고 치우면 저녁. 하루 종일 청소와 설거지를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 듯하다.

외부 일정이 있어 다른 지역에 다녀올 때면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집안일을 미뤄둔 채 후다닥 준비해서 볼일을 보고 돌아오면, 아이들 간식 챙겨주고 학원 보내는 것으로 하루가 마무리된.
그때쯤 시계를 보면 오후 5시.


내 몸은 이상하리만치 오후 5시에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시계 속 숫자가 5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남편의 2주간 휴가가 시작됐다.
마음 한편으론 반가우면서도, 이번엔 첫째 시험 일정과 겹쳐 여름 가족여행을 9월로 미룬 터라 달갑지만은 않았다.
집안이 하루 종일 북적대니, 오히려 내 기운이 더 빨리는 느낌이었다.

남편도 나름 휴가니 골프도 가고 싶고, 늦잠도 실컷 자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아침형 인간인 나와 아이들이 휴가 중인 아빠를 그냥 둘 리 없다.
아침부터 우리 집은 언제나처럼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의 입장도 이해하면서도, 아직 어린아이들이 있기에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피곤해하는 남편에게 나는 또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러고는 스스로도 웃는다.

이게 우리 집 풍경이고, 우리 가족의 현재 휴가다.

지금, 오랜만에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온종일 북적대던 집안이 잠시 조용해지고,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동안 바쁘게 흘려보낸 마음속 이야기를 잠시나마 꺼내어 본다.
어쩌면 이 여유는 잠깐일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안다.
여유란, 찾는 것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가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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