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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응켱 Nov 15. 2019

반면교사의 감사함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여전히 일이 버겁고 회사생활이 쉽지 않았던 3년 차의 해, 맞선임이 신입을 받는 어떤 집단의 문화마냥, '멘토'와 '멘티'라는 이름으로 신입을 맡게 된다. 그땐 나의 역량 부족이라며 나는 나를 탓했지만, 돌이켜보니 주니어에게 누군가를 지도하고 책임지게끔 만든 집단이 한참 이상했던 것. (군대의 체계와 역할론이 어쩌면 이보다 더 체계적이었을 것) 당시의 모두가 이제는 각자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시절이 자책과 함께 여태껏 내 마음속 매듭짓지 못한, 한껏 엉킨 실타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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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도 누군가의 '선배 짓'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그때 선택하게 된 건 '선긋기'. 부담 대신 방어적 예의로 적당히 선을 긋는 것. 내가 겪은 선배라는 사람들의 그것처럼 굴지 않기 위해 찾은 나의 방법이자 내 나름 상대를 위한 배려였지만, 사실은 좋은 선배가 되는 방법을 잘 몰랐었던 것. 그들처럼 되면 어떡하지. 되기 싫은 내가 될까 습관처럼 자기 검열을 할 뿐이었으니까..
최근 강주원 작가님의 글을 보았다. 선배와 꼰대의 차이에 대한 문장들이었다. 나도 그랬으니 너도 그럴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 너도 그래야만 한다. 나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건가. 그게 늘 두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글은 나의 두려움에 대해 나는 어떻게 온점을 찍고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고 있었다..
어쩌면 피해의식일지도. 아니 근데 의식이 아니라 내가 막심한 피해를 받은 건 팩트. 늘 괜찮다, 별거 아니다, 지나간 일인데 뭐- 넘겨왔던 일이지만, 막상 그 길을 벗어난 이의 현재까지에도 여전히 질기게도 중심을 흔들어 자꾸 갈팡질팡하게 하고 있는걸. 난 꼰대인 걸까, 이러면 꼰대인 걸까 생각을 펼침에 늘 나를 가두는, 쉬이 넘길 수 없는 무거움이었음을 두고두고 새겨둬야지..
나란 인간이 꼰대에 대한 내구력이 유별나게 부족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집단의 꼰대력 역시 분명 유별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그저 살아가느라, 살아내느라 그랬으리라고. 나의 관용과 자비를 베풀고 반면교사의 감사함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겠다....
#오늘의사색 #오늘도사색 #나의경험이나를만드네 #어떤경험은빠져나오기까지한동안의시간이필요했어 #꼰대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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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 응켱 (@findme_k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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