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찬양 '은혜'의 가사가 오늘은 더 절절히 와닿는다.
사십하고도 한살이 더 추가되는 내 생일이기 때문이다.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구태여 뭔 생일을 챙기나 싶고 축하받는 것이 민망스럽기도 했다가... 괜한 서글픔에 과소비로 이 마음을 채워 볼까도 싶은... 불혹이 지났어도 여전히 팔랑팔랑 거리는 이 내 마음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조차 사치스러울 정도로 계엄령에, 여객기 참사에... 뒤숭숭하고 참담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연말연시의 감사와 설렘의 자리를 개탄과 비통이 꿰찬 지 오래다.
절대 절망의 시국이지만 기지가 발휘되고 하나 되어 이 풍파를 또 잘 헤쳐나가는 우리이길 바란다.
41년을 뒤돌아보니... 초등학생 때 납치돼서 죽는 줄 알았던 순간도 있었고, 학비를 면제받고 중고등학교를 다닐 정도로 집안 사정이 바닥을 찍은 적도 있었고, 할머니의 치매로 가정 불화가 극에 달했던 적도 있었고, 임용고사에 번번이 떨어져 미래가 칠흑 같이 어둡게 느껴지던 시기도 있었고, 우울증에 걸려 정신이 탈탈 털린 시기도 있었고, 결혼하고 안정이 좀 되나 했더니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아 더 깊은 수렁에도 빠져보고...
인생을 책으로 빗댄다면 이제 절반 가량 쓰였으려나... 하긴 내가 몇 살까지 살지 속단할 수도 없겠지. 여하튼 내 나름의 다사다난했던 여정이 각 맞춰 엮어지고 있는 중이리라. 때를 따라 돕는 은혜로 이리 또 살아지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장기하의 노래 가사 '내가 너로 살아봤냐 아니잖아, 니가 나로 살아봤냐 아니잖아.'처럼, 우린 서로의 굴곡을 소상하게는 모르지만... 저마다의 인생은 빛과 그림자가 얽히다 끝내는 찬란한 그림으로 완성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나만큼 웃고 울고 쓰리고 아플 모두의 인생을 응원하게 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살아있기에 희망적이라는 대전제를 수용하며... 앞으로의 나날들을 기대함으로 채워 나가련다. 자축! 생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