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

자녀와 행복한 여행을 원한다면

by 신성철

막내와 2박 3일 북해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를 했습니다. 호기심 천국인 막내와의 여행은 좋은 추억을 남겼습니다. 물론 과정은 녹녹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막내와 여행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사실 막내와 여행을 가면서 아버지로서 막내에게 좋은 음식, 좋은 곳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먹이기 위해,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노력이 우리 둘의 여행을 점점 힘들게 했습니다. 막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과 먹고 싶어 하는 것, 제가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것과 먹이고 싶은 것들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둘째 날 저녁 식사시간 메뉴는 뷔페였습니다. 쇠고기 샤브, 초밥, 대게, 킹크랩 등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입니다. 저 많은 음식을 한 시간 동안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접시 가득 음식을 담아 아들 앞에 놓았습니다. 쇠고기, 초밥, 대게, 킹크랩 등 나름 귀한(?) 음식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막내는 그런 음식을 전혀 먹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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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 이거 먹어봐 맛있어~
막내 : 싫어요. 맛이 이상할 것 같아요
아빠 ; 그럼 쇠고기 샤브 해 줄까?
막내 : 물에 담근 고기는 싫어요
아빠 ; 그럼 뭐 먹을래?
막내 : 음..... 일단 내가 한 번 갔다 올게요
아빠 : 그래 조심해서 갔다 와

막내는 그렇게 제가 가져온 그 맛있고 귀한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막내가 가져온 음식은 작은 소시지. 우동(가락국수)이 전부였습니다.

아빠 : 그런 거 먹지 말고 이거 먹어. 여기 와서 왜 그런 걸 먹어
막내 : 이게 맛있어요
아빠 : 그게 왜 맛있어! 그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잖아
막내 : 괜찮아. 나는 이게 좋아.
아빠 : 그러지 말고 이거 한 번 만 먹어보자
막내 : 나는 이거면 충분해.

그렇게 막내는 한 시간 동안 소시지, 우동(가락국수) 그리고 흰 밥만 먹었습니다.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저의 행동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식사 시간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 막내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 저녁 맛있었어?
막내 : 네에. 진짜 맛있었어요. 너무 좋아~~~
아빠 ; 그런 거 먹고도 좋아?
막내 : 응. 너무 맛있었어. 행복한 식사시간이었어. 아빠도 맛있었어요?
아빠 ; 응. 나도 맛있었어.
막내 : 우와~~~ 우리 둘 다 행복한 식사시간이었네



사실 막내가 가져온 음식을 보면서 속이 상했습니다. 저렇게 좋은 음식이 많은데 고작 가져온 것이 , 소시지, 밥인 것을 보며 화도 났습니다. 그런데 막내는 자신이 가져온 형편없는(제가 보기에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쇠고기, 킹크랩, 대게, 초밥 등을 먹으며 행복했다면, 막내는 가락국수, 소시지 등을 먹으며 행복했습니다. 만약 제가 억지로 쇠고기, 대게, 킹크랩 등을 먹였다면 우리의 저녁시간은 어땠을까요? 아마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행복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요?

저녁 시간 동안 제가 경험 한 행복과 막내가 경험한 행복은 달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행히 그런 막내의 행복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억지로 저의 행복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둘 다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2박 3일 동안 저를 행복하게 했던 음식과 막내를 행복하게 했던 음식은 달랐습니다. 그리고 저를 행복하게 했던 풍경과 막내를 행복하게 했던 풍경도 달랐습니다.

당연합니다. 당연히 다릅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행복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보여주고 싶은 풍경을 강요하고, 부모가 먹이고 싶은 음식을 강요한다면 여행은 당연히 행복하지 않겠지요.

행복한 여행을 원하신다면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최대한 누리면 되고, 자녀도 자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인정해주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다행히 저는 막내와 행복한 여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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