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입맛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에 갔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오고 가는 것이 여간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가깝다고 자주 가고, 멀다고 뜸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인 것이지요.
이날도 마음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시골로 향합니다. 사실 아들들은 부모님이 계신 곳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는 일단 집을 나가면 좋아라 하지만 큰 아이와 둘째는 시골을 간다고 하면 따라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도시에 나서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시골은 놀 곳 없는 냄새나는 심심한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저야 시골에서 자라 시골이 낯설지 않고 추억 가득한 곳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빠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보여줘도 시큰둥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설득합니다. 아이들이 가기 싫다고 하면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는 부모님 때문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저도 저지만 아이들을 더 보고 싶어 하십니다. 큰 놈과 둘째 그리고 막내에게 줄 것을 미리 준비해 놓고 기다리십니다. 그걸 아는데 아이들을 놔두고 갈 수 없어 한 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두 번 중 한 번은 부모인 저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물론 한 번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조건입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저의 의견을 존중해야 날입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시골집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시골집.
저는 언제나 시골이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놀게 없다고 벌써부터 투덜거립니다. 아이들이 온다고 부모님은 한상 가득 음식을 준비하십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차려놓은 음식도 제 입맛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라고 권합니다. 그러지만 아이들은 좀처럼 먹지를 않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께서는 포기하시지 않으시고 끝가지 조금이라도 먹이려고 애를 씁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화가 나고 답답합니다. 저렇게 조금이라도 먹이려고 하는데 먹지 않는 아들들에게 화가 나고, 저렇게 안 먹으려고 하는데 굳이 먹이려고 하는 부모님을 보면 답답합니다.
‘애들이 아직 배가 안 고픈 모양이네요. 배고프면 먹을 거니까 놔두세요’
그렇게 음식 전쟁은 잠시 휴전을 합니다.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큰 아들에게 뭐 좀 사러 가자고 데리고 나옵니다. 따라 나오려는 둘째와 막내는 설득해서 집에 있게 하고 큰 아이만 데리고 나옵니다. 집에서 슈퍼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립니다. 일부러 차를 놔두고 큰 아이와 걷습니다.
아빠 : 할머니가 힘들게 준비한 음식인데 먹기 싫더라도 좀 먹어주지
아들 : 꼭 먹어야 해요? 맛이 없는데....’
아빠 : 맛이 없어? 그래도 할머니가 너희들 온다고 며칠 전부터 준비한 건데... 할머니 성의를 봐서라도 좀 먹어주면 좋겠는데
아들 : 음.... 그래도 입에 안 맞는데....
아빠 : 그렇게 맛이 없어? 못 먹을 정도야?
아들 : 흠..... 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짜고 매워요... 그래서 먹기가 좀 그래요.
아빠 : 그래?
사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의 음식은 짜고 맵습니다. 아무래도 연세가 드시면서 미각의 감각이 무뎌지면서 소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빠 : 할머니가 나이가 많이 드셔서 그런가 보다. 나이가 들면 맛을 잘못 느껴. 그러다 보니 소금이나 간장을 많이 넣거든
아들 : 그래요? 그럼 엄마도 나이가 들면 그렇겠네요
아빠 : 나이가 할머니만큼 들면 그렇겠지
아들 : 그럼 옛날에는 할머니도 안 그랬어요?
아빠 : 그럼 옛날에는 진짜 맛있었어.
아들 : 우와~~ 못 믿겠는데요
아빠 : 진짜라니까. 할머니 음식 진짜 맛있었어
아들 : 그래요? 할머니도 음식을 잘했구나
아빠 : 당연하지. 할머니도 음식 잘하셨어
아들에게 ‘예전에는 할머니가 음식을 잘했다’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런 마음이 아들에게 전해지 않는다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에게는 어머니의 음식이 맛있습니다. 진짜 맛있어서 맛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정성과 마음을 알기에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아들들에게 이런 저의 마음을 일방적으로 전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저 아이들은 맛이 없어서 맛없다고 솔직하게 말할 뿐이고 저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아들에게 화를 낼 일도, 뭐라고 할 일도 아닌 것입니다. 저에게 어머니의 음식이 최고였듯이 어쩌면 내 아들에게는 지금 자기 엄마의 음식이 최고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내 아들도 자기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겠지요?
#네이버 밴드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세 잎 클로버 #좌충우돌 불량 아빠의 행복한 부모 여행 #행복한 부모교육 #자아존중감 #부모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