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몰라?
부모교육과 상담을 공부하고 있는 어떤 분이 남편의 양육태도를 보며 한 마디를 했습니다.
아내 : 당신은 왜 아이들 감정에 공감이랑 경청을 못해줘요?
남편 : 공감? 경청? 그건 잘 들어주는 거잖아. 나는 잘 들어주고 있는데. 그러면 경청 잘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내 : 그게 무슨 공감이고 경청이에요? 당신이 하고 있는 건 경청도 공감도 아니거든요.
남편 : 그게 무슨 소리야?
아내 : 그냥 듣고만 있는 게 경청이 아니라고요. 들으면서 아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해야죠. 그런 게 진짜 경청이죠. 그리고 공감하려면 먼저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해야죠. 그냥 내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면 그게 어떻게 공감이라고 하겠어요?
남편 : 뭐가 그렇게 복잡해? 그냥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면 되는 거 아니야? 꼭 그렇게 복잡하게 해야 되는 거야?
아내 :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지금 내가 말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 거든요 당신처럼 어설프게 할 거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맞죠. 기본도 안 지키면서 막무가내로 막 하면 오히려 더 역효과 난다고요.
남편 : 기본? 음.... 기본이라..... 당신은 지금 부모교육을 배우고, 상담을 배우니까 경청이나 공감에 대해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런 걸 배운 적이 없잖아. 그러면 당연히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공감이나 경청이 안 되는 게 맞지.
아내 : 그건 기본이잖아요. 배우든 배우지 않든 경청하고 공감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요?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해야지요.
남편 : 그럼 당신은 고기의 색깔이나 상태를 보면 그 고기가 어떤 등급인지 알 수 있어?
아내 : 나야 모르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당신이야 고기를 전문적으로 만지니까 알지만 나는 당신하고 다르죠.
남편 : 고기를 보는 기본 중에 기본인데 왜 그걸 몰라?
아내 : 네에? 그건.......
남편 : 서로 배운 게 다르고, 전공한 게 다르면 기본도 달라지는 거잖아. 당신은 상담을 배우고, 부모교육을 배웠으니 경청이나 공감이 기본이겠지만 평생 고기만 만지고 살아온 나는 경청이나 공감보다 고기 등급이나 부위가 기본이야.
제가 처음 대학원에 상담을 전공할 때 경청, 공감, 수용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를 무시한 적이 많습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아내를 향해 '자녀와 대화를 할 때 경청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그것도 몰라?' 하며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집에서 둘째가 손가락을 벤 적이 있었습니다. 간호사인 아내가 저에게 구급 통에서 약 좀 갖다 달라고 했습니다.
구급 통을 열어서 약을 찾았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약이 그 약 같고 해서 한참을 머뭇 거리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이것도 못 찾아? 이런 약은 그냥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지' 라면서 핀잔을 주었습니다.
아마 그때 아내가 저에게 느꼈을 감정이 제가 아내에게 느꼈던 감정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남보다 더 안다고 해서 교만할 일도 아니고요. 모르는 것은 배우고, 아는 것은 친절하게 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
특히 부모교육에 있어 배운 사람은 배우지 않은 배우자를 보면서 핀잔이나 무시를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운 것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보며 주면 됩니다.
절대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려거나, 다그치면 안 됩니다. 그러다가 큰 싸움 나고, 결국 부모교육이 부부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