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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un 18. 2021

부모님이 만든 착각

착각

부모님 한 분이 상담을 신청하셨습니다. 자녀가 둘이 있는데 막내가 꿈도 없고 생각도 없어 걱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이가 둘이 있습니다. 첫째는 아들이고 둘째는 딸입니다. 둘 다 대학생입니다. 근데 둘이 너무 달라요, 아들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혼자 잘했어요. 꿈도 확실했고, 그래서 본인이 원하는 대학과 과를 갔어요. 걱정할 게 전혀 없는 아이입니다. 앞으로도 잘할 거 같고요. 그런데 딸은 아들과 달리 꿈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대학 갈 때도 애를 많이 먹였어요. 아들은 자기가 갈 대학을 고 1 때부터 정해서 공부를 했어요. 부모가 뭐라고 할 필요가 없었어요.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원하는 대학을 갔어요. 근데...... 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가려고 하는 대학도 없었어요. 진로상담도 받아보고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어요. 결국은 제가 딸에게 간호학과 추천했고, 입학을 했어요. 지금 2학년이거든요. 근데 집에만 오면 간호학과가 자기랑 안 맞는다고 난리입니다. 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제가 보기에는 취업도 확실하고..... 여자에게 잘 맞는 과라고 생각을 하는데.... 딸은.... 도대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다른 거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보여요. 왜 오빠는 저렇게 잘하는데 딸은 저 모양일까요?’



딸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딸이 왜 간호학과를 가게 되었는지를 듣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와 이야기를 해서 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렸습니다. 딸이 간호학과를 간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간호학과를 간 이유는...... 엄마가 가라고 해서 간 건데요..... 고 3 때 갑자기 엄마가 00 대학 간호학과 입학 설명서를 가져와서는 간호학과가 비전이 있다고..... 여자가 가면 좋은 곳이라고.... 제 성적에 이만한 과 없다고.... 취업도 잘되고 한다고........ 그래서 갔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딸에게 ‘본인이 가고 싶었던 과가 혹시 있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딸이 말을 이어 갔습니다.


‘네에.... 있었어요. 저는 000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절대 안 된다고 반대를 하셨어요. 나와봤자 취업도 안되고..... 그리고는 저보고 생각이 없다고 하셨어요. 제발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된 과로 가라고...... 엄마는 이길 자신이 없었어요’



어머니를 다시 만나 딸과 나누었던 대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딸의 양해를 구하고 이야기를 해도 되는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들은 대전에 있는 카이0트를 갔어요. 처음부터 그 대학에 간다고 했거든요. 카이 0트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최고잖아요. 그래서 아들이 해달라는 거 다 해주며 지원을 했어요. 그런데 딸은...... 음...... 처음에 00 대학 000 과를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거기를 나와서 뭐하겠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말린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가 간호학과로 가라고 했죠. 오빠처럼 처음부터 목표를 정확하게 잡았으면 제가 딸에게 그러지 않았겠죠..... 근데..... 기껏 잡은 목표가..... 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어요’



부모님들은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꿈이 명확하고, 스스로 할 줄 아는 아이라고 생각을 해 버립니다.


반면 공부를 못하고, 부모님이 생각하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대학과 과를 간다고 하면 꿈도 없고, 목표도 없는 아이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 둘을 비교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자녀는 부모님이 뭐라 할 것이 없고, 공부를 못하는 자녀는 부모님이 이것저것을 다 해 줘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부모님의 착각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부모의 기대에 맞는 대학을 간다고 해서 목표가 명확하고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공부를 못하고. 부모의 기대에 맞지 않은 대학을 간다는 것이 꿈도 없고 스스로 자기 일을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부모가 만든 착각 일 뿐입니다.


상담을 오신 어머니의 사례를 보면 딸이 목표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딸이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막은 것일 뿐입니다.


반면 아들은 다행히 어머니의 기대와 맞는 행동을 한 것일 뿐이고, 어머니가 말리지 않고 지원을 한 것일 뿐입니다.


성적과 꿈, 성적과 진로, 성적과 목표 간에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쩜 그런 논리는 우리가 만든 착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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