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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un 15. 2021

부족한 자녀에게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쓸모가 있습니다.

저는 아들만 셋입니다. 아들 셋을 키우다 보면 하루하루 아들들에 대한 감정이 변합니다.


어떤 날은 세 아들이 모두 선물 같이 귀하고 소중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날은 그냥 반품하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특히 아들들이 제 기대대로 자라주지 않고 제 생각을 벗아날 때 자녀들과의 관계가 힘이 듭니다. 반품 생각이 드는 순간입니다.

최근에는 성년이 된 큰 아들과 충돌이 자주 일어납니다. 큰 아들은 저의 반대에도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중국에 있는 국제 학교로 입학을 했습니다.


열심히 해서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 줄 거라고 하면서 호기롭게 출국을 했습니다. 그러나 1년 만에 돌아와서는 올해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습니다.


검정고시를 마친 아들은 요즘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새벽에 나가서 오후에 들어옵니다.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나 놉니다.  


그런 아들을 지캬보는 저는 하루하루 불암감이 높아져 갑니다.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어쩌려고 저럴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저는 아들이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떤 직업을 가지든, 어떤 삶을 살아가든 본인이 행복한 것을 선택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아들에게 강요를 하지 않고 지켜보기를 하는데, 어떤 날은 그 지켜봄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보여 답답합니다. 그 답답함은 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가옵니다.



아빠 :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고민하고 있어?

아들 : 음..... 아직요. 지금은 그냥 하고 싶은 거 좀 하다가.....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요

아빠 : 천천히?..... 그래.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하는 것도 좋은 거 같다.

아들 : 제가 마음에 안 드시죠?

아빠 :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는...... 아빠로서 조금 불안한 건 사실이야. 아빠가 보기에 아무런 준비도 없는 것처럼 보이고, 그냥 하루하루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걱정이 되네.

아들 :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있어요. 아빠가 불안해하는 것도 알고 있고요.

아빠 : 알고 있어? 그런데 아빠가 불안해하는 것에 너무 신경 쓰지 마. 그건 아빠 문제지 너의 문제는 아니야.

아들 : 음... 그래도 솔직히 신경이 쓰여요. 그렇다고 아빠 불안 때문에 제가 억지로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아빠는 충분히 이런 저를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도 하고요.

아빠 : 그래. 아빠는 네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네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하고 살면 좋겠어. 근데  그런 행복이 그냥 주어지는 건 아니더라고. 네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열심히 해야 할 작은 의무 같은 것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고. 그리고 분명히 노력하고 준비할 부분이 있어. 지금은 네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걸 하는 건 아빠도 찬성이야. 그런데 한 번 정도는 현재 네가 하고 있는 것들이 너의 행복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한 번 정도 고민해 보면 좋겠다.

아들 : 네에.... 그럴게요. 그런데 아빠도 저를 너무 불안하게만 보지는 마세요. 아빠가 보시기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막사는 거 같아도 저도 조금은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아빠가 보시기에 부족해 보여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저 인정받아요~



아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문득 ‘깨진 항아리’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조금 깨어져 금이 가고 오래된 못생긴 물 항아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의 주인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깨어진 물 항아리를 버리지 않고 가끔씩 우물물을 길러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깨진 항아리로 물을 길어오는 날에는 물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깨진 항아리가 주인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물었습니다

.

“주인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하십니까?”


주인은 아무 말하지 않고 집으로 향하다가 어떤 길목에서 항아리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아라.”


항아리가 길가를 보았을 때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주인님, 어떻게 이런 언덕에 예쁜 꽃들이 피어 있을까요?”


그때 주인이 항아리를 보며 말했습니다.


“너의 깨진 틈으로 흘러나온 물을 먹고 자란 꽃들이란다.”



어쩌면 제가 보는 아들은 깨진 항아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부족한 깨진 항아리 말입니다. 그러나  깨진 항아리에서 나온 물들이 생명을 살릴 수도 있듯 아들도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부족한 자녀들도 그 나름대로 소중합니다. 깨진 항아리가 그 나름의 소중한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아들을 생각하며 그 나름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부족한 그대로의 가치가 분명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지켜보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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