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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ul 04. 2022

편식 바라보기

편식은 누구나 하는 것입니다.

주말 막내와 목욕탕을 갑니다. 목욕탕을 가는 날이면 둘이 외식을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목욕을 마치고 근처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습니다.     


오늘도 목욕을 마치고 둘이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막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갈비, 치킨, 삼겹살, 목살, 수육 등입니다. 그렇습니다. 대부분 고기입니다.    

 

그중에서 막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갈비입니다. 왜 치킨이 아니냐고요? 막내에 의하면 치킨은 간식이지 주식이 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여하튼 막내의 의견에 따라 갈비를 먹으러 갔습니다. 막내는 갈비를 먹을 때 꼭 냉면을 시킵니다. 그리고 냉면에 갈비를 싸 먹습니다.     



아빠 : 맛있어? 

막내 : 최고지.

아빠 : 그래? 천천히 먹어

막내 : 최대한 천천히 먹고 있어~~

아빠 : 김치도 좀 먹어봐. 그리고 상추나 깻잎에도 좀 싸 먹고

막내 : 음.... 그건 맛없는데

아빠 : 맛이 없어도 몸에는 좋잖아. 그니까 같이 먹어봐

막내 : 꼭 먹어야 해? 맛있는 갈비를 먹는데 꼭 맛없는 걸 끼워서 맛없는 갈비로 만들어야 해?

아빠 : 뭐가 그렇게 거창해. 그냥 편식하지 말고 먹자는 거지

막내 : 편식? 이제 편식인가?

아빠 : 편식이지. 맛있는 음식 말 골라서 먹으면 그게 편식이지. 

막내 : 먹기 싫은 음식을 꼭 먹어야 되나?

아빠 : 골고루 먹으면 좋지. 그래야 건강에도 좋고

막내 : 거참... 그럼 담에 올 때 한 번 먹어 볼게. 오늘은 그냥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아빠 : 그래       



그날 저녁 찜닭이 식탁에 올라왔습니다. 다들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찜닭은 우리 식구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찜닭에 고추가 보입니다. 저는 매운 음식을 못 먹습니다. 조금만 매워도 먹지를 못합니다. 특히 고추의 매운맛을 싫어합니다. 캅사이신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고추가 들어간 음식이 있으면 고추를 모두 빼고 먹습니다. 오늘 식탁에 올라온 찜닭 안에 고추가 있는 겁니다.     


당연히 고추를 빼기 시작했습니다.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장인정신을 발휘해서 고추를 빼 접시에 담았습니다.    

 


막내 : 아빠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빠 : 고추 빼고 있는데

막내 : 고추를 왜 빼?

아빠 : 아빠는 매운 거 싫어. 그래서 고추를 빼는 거야

막내 : 음.... 고추를 싫어해? 그럼 아빠도 편식하는 건가?

아빠 ; 이건 편식이...... 아니.... 지 않나?

막내 : 싫어하는 거 안 먹고 좋아하는 거 먹는 게 편식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아빠 ; 그렇지.... 그런데.... 이건....... 좀...... 다르... 지 않나.....     





막내가 입을 실룩거리며 조용히 한 마디 합니다.     


'내가 하면 편식이고 아빠가 하면 편식이 아니고 그런 건가’     


생각해보면 누구나 편식을 합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싫어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먹을 겁니다. 싫어하는 음식을 편식하지 않기 위해 먹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유독 자녀들에게는 음식을 먹고 안 먹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 선택권을 부모가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먹을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의 기준이 부모가 됩니다. 물론 어릴 때는 부모가 그런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에게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것은 부모로서 당연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에게 기준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부모가 먹이고 싶은 음식을 안 먹는다고 해서 ‘편식하는 아이’로 낙인찍어 모든 것을 자녀의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합니다.      


어쩌면 ‘편식하는 아이’라는 낙인은 자녀가 과도하게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먹이고 싶은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일 뿐입니다.    

  

그러니 자녀가 어떤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모두 다 자녀의 탓만으로 돌려서 자녀를 문제아 취급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저 또한 고기를 야채에 싸 먹기 시작한 게 대학교 들어가고 나서부터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편식하는 아이였던 것은 아닙니다.      


그 시기에 맞는 음식이 따로 있었을 뿐입니다. 자랄수록 좋아하고 먹는 음식은 달라집니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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