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방학이란?
아들들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첫째에게 방학은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니지만 고등학생인 둘째와 초등학생인 막내에게 방학은 사막의 오아시스입니다.
방학과 동시에 집은 아들들의 차지가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밖으로 나가는 시간은 더 줄어들기도 했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에 바깥으로 나가는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부모와 부딪히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부딪히는 시간이 늘어질수록 불편한 시간도 늘어납니다.
거실 컴퓨터 앞에 앉아 초 집중하며 게임에 빠져있는 둘째와 거실 소파에 반쯤 누워 스마트 폰에 넋을 잃고 있는 막내를 보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잔소리를 해 봤자 관계만 나빠질 게 뻔하고, 제가 원하는 대로 행동을 해 주지도 않을 것이 뻔하기에 그냥 속만 태웁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내가 나가는 것입니다. 눈앞에 안 보여야 짜증도 화도 덜 나고 잔소리도 안 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래도 짜증이 납니다. 하루 종일 밖에만 있을 수 없으니까요. 짜증이 나니 그냥 넘어갈 일에도 화가 납니다. 당연히 말투도 거칠어집니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니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하지모 못 합니다. 짜증만 내고 화만 내니 아들들도 같이 짜증을 냅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저만 하고 있는 게 아니더군요(당연합니다. 이 집 저 집 다를게 뭐 있겠습니까?)
방학은 자녀들에게는 신나는 일이겠지만 부모님들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다 주고, 불편한 시간들을 만들어 줍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 아침에 커피숍으로 출근해서 오후 늦게 집에 들어간다라는 분도 있습니다.
저희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와 막내가 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딱히 없습니다. 아들들은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할 뿐인 거지요.
자녀들의 행동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오게 하려면 갈등은 단연히 많아지고 불편한 시간도 늘어납니다. 자녀를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늘 강조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을 통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내 감정과 행동은 내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I can control my feelings. But You can't control the behavior of others’
이제 시작인 방학.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그 불편한 동거를 잘 시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