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한숨
엄마 : 너 또 컴퓨터 하니?
아들 :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요?
엄마 :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시작한 지 1시간이나 넘었는데 얼마 안 되었다고?
아들 : 조금만 하고 그만둘게요.
엄마 : 30분 안에 끝내라
아들 : 알겠어요
약 30분이 흐른 후
엄마 : 30분 지났다. 이제 그만해라.
아들 : 거의 다 끝났는데요.
엄마 : 금방 끝난다고 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금방이야
아들 : 진짜 금방 끝나요
엄마 : 컴퓨터를 없애버려야 그만둘래?
아들 : 진짜 금방 끝나요
엄마 : 좋은 말로 할 때 끝내라
아들 : 알겠어요.
입을 삐죽거리며 아들이 컴퓨터를 끕니다. 그리고는 TV를 켭니다.
엄마 : 컴퓨터 하지 말라니까 이젠 TV냐?
아들 : 나 오늘 TV 첨 보는데요.
엄마 : 하루라도 안 보면 안 되냐?
아들 : 왜 엄마는 내가 하는 일마다 뭐라고 그래요?
엄마 : 네가 하는 행동을 봐라 엄마가 지금 뭐라 안 하게 생겼냐?
아들 : 제가 뭘 어쨌길래요
엄마 : 지금 네가 멍청하게 TV나 보고 있을 나이냐고. 생각을 좀 해라.
아들 : 휴우.... 알겠어요
엄마 : 꼭 화를 내야 말을 듣지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아들이 TV를 끄고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엽니다.
엄마 : 야!!!! 이제는 스마트폰이냐?
아들 : 이것도 하지 마라고요?
엄마 : 그거나 컴퓨터나 TV나 뭐가 다른데?
아들 : 그럼 난 뭐해요?
엄마 : 뭘 하면 되는지 한번 생각을 해봐라
아들 : 하아....
아들이 스마트폰을 덮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엄마 : 너는 할 일이 그렇게 없냐? 지금 소파에 앉아서 뭐하냐?
아들 : 그냥 앉아 있는데요.
엄마 : 네가 지금 그냥 소파에 앉아서 그냥 멍하니 있을 나이가?
아들 : 휴우........
엄마 : 지금 네 친구들은 뭐 하고 있을 것 같냐? 너처럼 이렇게 팔자 좋게 있는 친구가 있냐고!!
아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책상에 앉습니다. 스탠드를 켭니다. 책을 꺼내 폅니다. 한 장 한 장 넘깁니다. 드디어 집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더 이상 아내의 잔소리는 없습니다.
우리 집이 평화를 유지하려면 아들은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 외에는 아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전쟁은 시작이 됩니다. 궁금했습니다. 아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들은 지금 무슨 마음으로 저 자리에 앉아 있을까?
가만히 아들 방으로 들어가서 물었습니다.
‘아들! 공부 잘 되니?’
‘공부하는 거 아닌데요. 그냥 앉아 있는 건데요’
‘그래? 그냥 앉아 있는 거라고?’
‘네에 그래야 엄마가 아무 소리 안 하니까요’
‘그럼 너는 엄마 잔소리 듣기 싫어서 이러고 있는 거야?’
‘그런 것도 있고...... 그냥 이래야 조용하잖아요’
‘그렇구나. 엄마가 니 행동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게 너는 불편한가 보구나’
‘엄마는 내가 공부 외에는 뭘 해도 뭐라고 하잖아요.’
‘ 음..... 엄마랑 이야기를 해 보는 건 어떨까? 너의 솔직한 생각을...... 컴퓨터라든지 TV, 스마트폰을 몇 시까지 하고 몇 시부터 공부하겠다고 하면 엄마도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게요’
그날 저녁 모자는 꽤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렇다고 뚜렷한 답은 찾은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진솔한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자녀와 부모, 특히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와 자녀의 마음은 영원한 평행선입니다. 자녀의 마음을 알지만 어떨 수 없이 강요를 해야만 하는 부모의 마음이 늘 자녀를 힘들게 합니다.
과연 우리 자녀가 내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할까요? 무엇을 하고 있어야 자녀가 예뻐 보일까요? 무엇을 하고 있어야 자녀와 다투지 않아도 될까요?
한 번 정도는 부모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오늘 저는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들을 보며 부모 마음 편하자고 아들을 책상 앞에 앉혀 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끔은 아들 마음 편한 것도 할 수 있어야 하고, 부모 마음 편한 것도 할 수 있도록 아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오늘 보니 책상에 앉아 있다고 다 공부하는 게 아니더군요. 다만 부모 마음만 조금 편해질 뿐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