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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Dec 17. 2018

사고뭉치 아들이라도 내 아들!

누굴 닮아서 저럴까?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일 때 입니다.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00 학교입니다’

‘네에. 안녕하세요’

‘이번에 학교폭력 회의가 열리는데 아버님 참여 좀 부탁드리려고요’


처음 전화를 받고 외부위원으로 초빙하는 것 인줄 알고 거절을 하려고 했습니다.


‘아! 학교 폭력 회의요? 제가 이번에는 참석이 힘들 것 같습니다. 학교일이 많이 바빠서요’

‘아버님 이번에는 꼭 참석을 해주셔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참석하고 싶은데 시간이 그렇네요. 다음에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요. 아버님 이번에 꼭 참석을 해주셔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번만 좀  주십시오’

‘그게 아니라...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님으로 반드시 참석해 주셔야 합니다’

‘네에?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요?’

‘네에... 00 이가 이번에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이 되었습니다’


무언가 한 대 맞은 듯 띵했습니다. 부랴부랴 전화를 끊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습니다. 아버지는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러 다니는데 아들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었다고 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하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내는 화 부터냅니다.


‘속상해 죽겠다니까.... 어떻게 저렇게 말을 안 들어.....’

‘나도 학교에서 전화받고 많이 놀랐어...... 학교 폭력 가해자라고 해서..... 나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다니는데..... 황당하더라고’

‘다른 집 애들은 착하게 학교를 잘 다니는데 왜 저렇게 삐딱해... 좀 착하게 잘 다니면 안 되나? 진짜 속상해’

‘거참.... 당황스럽기는 하네’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모르겠어. 진짜! 왜 조용히 학교를 못 다니는지..... 저 놈의 자식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리든지 해야지’

‘일단은 진정하고 00이 들어오면 이야기 먼저 들어 보자’

‘뭘 들어요. 뻔하지 뭐! 동에 창피해서! 어휴!’


아내는 속이 많이 상한가 봅니다. 믿었던 큰 아들에 대한 서운함도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부모가 흥분하면 일이 더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아들을 기다렸습니다.

학원을 마치고 들어온 아들을 불렀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아들이 잘못한 것이 크지 않았습니다.

의도한 행동이 아니라 실수로 한 행동에 대해 다른 학생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서 아들을 가해자로 지목해 선생님께 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들이 키가 크고 덩치도 있고 해서  작은 행동도 상대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일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 후 학교에서 몇 번의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었다는 전화, 후배들에게 담배를 팔다가 적발되었다는 전화, 외출증을 위조해서 외출하다가  걸렸다는 전화 등 아들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물론 일이 터질 때마다 아들과 대화를 통해서 하나씩 문제를 풀어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아내와 아들의 문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  아내는 아들에 대한 서운함과 화가 가득했습니다. .


‘휴우.... 진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잔소리하는 것도 한두 번이고.... 아빠가 좀 따끔하게 혼을 내 봐요. 좀 때리든지.....’

‘때린다고 잔소리한다고 변하지 않을 거란 거 당신도 알잖아’

‘그럼 저렇게 놔둘 거예요?’

‘일단은 대화하면서 지켜보자고. 담배 피운다고, 외출증 위조했다고 애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잖아.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 주자고’

‘언제까지요.... 저러다가..... 휴우...... 진짜 이렇게 실망시킬지 몰랐네..... 좀... 부모 말 좀 잘 듣고 착하게 자라면 안 되나.....’

‘그러게.... 그러면 좋겠지만’

‘내가 낳은 자식이 저러니까... 진짜 속상해.....’

‘어떡하겠어. 저게 우리 자식이잖아. 인정해야지. 착하게 부모 잘 듣는 애가 우리 자식이 아니고, 저렇게 사고 치고, 말썽 부리는 애가 우리 자식인 걸 인정해야지’

‘휴우.... 그래도.... 내 자식이.....’

‘그냥 인정하자고. 지금 저 애가 우리 자식이란 거. 우리가 부정해도 안 변하는 거니까. 인정해야 대화도 할 수 있고, 지켜볼 수 있는 거니까. 일단은 받아들입시다’


말로는 자녀를 받아들이고 수용하자고 했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그 일을 용기를 내서 해야만 자녀를 지켜볼 수 있고, 자녀와 대화를 할 수 있고, 자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말 잘 듣고, 착했던 아이가 내 자녀가 아니라, 지금 현재 사고도 치고, 부모에게 대들고, 동생과 싸우고 있는 그 아이가 내가 낳은, 나를 부모라고 부르는 내 자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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