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일상적으로
중학교에 올라가는 둘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파티를 해야 한다고 선포(?)를 합니다. 딱히 반대할 명분이 없어 그러라고 했습니다. 신이 난 둘째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들고 나옵니다.
아빠 : 이게 뭐야?
아들 : 초대할 친구 명단이요
아빠 : 그래? 좀 많네....
아들 : 네에. 10명쯤 돼요
아빠 : 그렇네. 근데 여기 특이한 이름이 있네
아들 : 아! 엄마가 외국인 예요
아빠 : 아하! 다문화 가정이구나
아들 : 네에! 필리핀에서 태어나서 3살 때인가 한국으로 왔데요
아빠 : 그렇구나.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니?
아들 : 당연하죠. 착해요
아빠 : 그래? 친구들도 많은가 보네
아들 : 그럼요. 우리 반 애들하고 다 친해요. 저하고도 친해요. 그래서 초대 한 거구요
아빠 : 우리 아들 착하네. 이런 친구도 초대하고
아들 : 네에? 그게 왜 착한 일이에요?
아빠 : 그러니까 외국인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초대한 것 같아서
아들 : 당연하잖아요. 우리는 친구인데요. 그리고 친구니까 초대를 한 거구요. 그러니까 착한 게 아니고 당연 거죠
아빠 : 그래.... 우리 아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는구나
아들 : 당연하죠. 우린 친구니까요
둘째와 이야기를 끝내고 혼자 서재로 와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당연한 것을 칭찬하려고 했던 것이 부끄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을 칭찬하려고 했던 제가 바로 그들을 또 다르게 차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아이들에 다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다르게 바라보고, 특별하게 대하려는 우리 어른들의 시각이 문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다문화 가정은 우리가 특별하게 보거나, 대우해줘야 할 사람들이 아닌 그저 평범한 눈으로 평범하게 대해야 될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특별하게 보지 않아도 됩니다. 무언가를 애써 도우려고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우리의 평범한 이웃으로 일상 안에서 그들을 바라본다면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차별의 벽이 무너지지 않을까요?
당연하게 친구라고 말하는 둘째를 보면서 한편으로 따뜻함을 느끼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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