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유 따위는 잠시 달나라로~~

by 신성철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합니다. 번호를 보니 친구입니다.


친구 : 뭐하냐?

나 : 그냥 있는데

친구 : 아 그래? 팔자 좋네

나 : 수업하다가 잠시 쉬는 거거든

친구 : 그래? 내가 볼 때에는 계속 놀고먹는 것 같은데

나 : 아니거든요. 나름대로 열~~~ 씨미 살고 있거든요

친구 : 못 믿겠는데~~

나 : 시비 걸려고 전화했냐?

친구 : 아니

나 : 전화 왜 했는데?

친구 : 그냥 걸어봤다

나 : 그냥 걸었다고? 싱거운 놈!

친구 : 왜? 그냥 전화 안 하면 안 되냐?

나 : 참나~~ 그냥 전화해도 된다. 죽을 때까지 그냥 전화해라

친구 : 안 그래도 그러려고

그러고는 아주 싱겁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친구의 ‘그냥 전화했다’라는 말을 다시금 생각해 봤습니다. 문득 입가에 작은 미소가 하나 번졌습니다. 문득 전화를 하고 싶은 상대가 ‘나’ 였다는 것이 기분이 좋고, ‘그냥’이라고 말하면서 전화를 걸어준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이런 친구가 하나쯤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면 가끔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동료 교수님들이 계십니다. 대부분은 이유를 가지고 방문을 하시는 데 가끔 ‘그냥 차 한잔 하려고’하시면서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그렇게 가볍게 오시는 발걸음이 어느 순간부터 좋아졌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약간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갑니다. 씻고 소파에 잠시 등을 기대고 피로를 다스려 봅니다. 어느새 둘째가 제 옆에 앉아서 저한테 몸을 기댑니다. 무뚝뚝한 아들 세 놈 중 그나마 조금은 살갑게 다가오는 녀석입니다. 물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말이 없어지고는 있지만요. 그런 녀석이 오늘 제 옆에서 저에게 몸을 살짝 기대고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아들에게 묻습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아니요. 그냥 아빠한테 기대 보는 건데요’

‘그냥?’

‘네에 그냥요’


그냥이랍니다. 아들이 그냥 저한테 기대고 싶었나 봅니다. 왠지 피로가 싸악 달아나는 것 같습니다. 아들을 꽉 껴안아 봅니다. 아들이 묻습니다.


‘아빠. 왜요?’

‘그냥~~~~’

그러고 보니 우리는 늘 어떤 일을 할 때 합당한 이유를 찾는 버릇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자녀가 전화를 하거나 친구가 전화를 하면 먼저 묻는 말이 ‘왜?’입니다. ‘왜?’라는 말은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서 기대하듯 물어보고 재촉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유 없이 ‘그냥’ 한 번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서 ‘왜?’라는 질문이 오면 ‘그냥’이라고 돌려줘 보는 건 어떨까요? 너무 싱겁나요? 그래도 가끔은 ‘그냥’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아보면 생각지도 못한 싱그러운 기쁨이 올 겁니다. 오늘 소중한 누군가에게 ‘그냥’이라고 전화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출근하거나 퇴근을 할 때 자녀를 꼭 안아줘 보세요. 만약 자녀가 ‘왜요?’라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돌려줘 보세요.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질 겁니다. 행복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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