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주기
예전에 집단 상담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다양한 성향의 집단원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분이 계셨습니다. 다른 집단원들의 이야기에 따뜻한 피드백을 주고, 타인들의 말에 공감도 잘해주고, 경청도 잘해주는 모습이 마치 리더 같아 보였습니다.
리더인 저로서는 그런 모습들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덕분에 집단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역동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그냥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창 집단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막바지로 갈 때쯤, 집단원 한 분이 리더 같이 집단원들을 잘 이끌던 그분을 향해 칭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00님은 타인을 참 잘 이해하고, 잘 다독이는 것 같아요. 00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치 엄마 같다고 해야 되나요? 여하튼 너무 편하게 우리를 잘 이해해주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00님은 나중에 훌륭한 상담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그분을 칭찬하는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칭찬의 내용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자신들을 잘 이해하고, 공감도 잘해줘서 고맙고 나중에 좋은 상담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었습니다.
제가 들어도 모두 공감될만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분은 쉬는 시간에도 집단원들의 간식을 챙기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집단원들이 불편함 없이 상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셨습니다. 집단원들의 칭찬이 쏟아지자, 그분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를 그렇게 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이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난 것 같아서요. 그래서 마음이 편해요. 그래서 그냥 감사해서 한 행동을 이렇게나 칭찬해 주시니..... 부끄럽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못됩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고.....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저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여러분들은 많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놀라서 그분을 쳐다봤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그분은 쑥스러워하시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제가 놀란 이유는 그분이 마지막에 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저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믿지 않는 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노인들이 하시는 ‘빨리 죽어야지’라는 말과 둘째, 상인들의 ‘손해보고 판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지만 당신은 사랑한다’는 입니다. 빨리 죽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손해보고 장사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요.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타인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즉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자기 자신에게 애정이 있을 때, 타인에게 자신의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을 사랑할 수 있으며, 그것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타인을 향해 ‘사랑하다’라고 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해 줄 테니까 당신도 나를 사랑해 주세요’라고 구걸하는 것이나 같은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연애를 하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 사랑이라는 핑계로 ‘집착’을 하게 됩니다. 내가 너에게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나한테 이만큼 해줘야 하고, 내가 너를 사랑했으니 너는 나를 절대 떠나면 안 된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포장 해 버리는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사랑은 집착이며, 자신에 대한 보상이며,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자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 타인의 사랑이라도 받아서 그것을 채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집단상담을 마무리할 때쯤 제가 그분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00님은 참 친절하고, 좋으신 분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분 같아요. 저도 보면서 호감이 갑니다. 오래 동안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타인의 사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신을 잘 한번 살펴보세요. 상대가 발견하는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본인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자기 자신을 잘 안아주시고, 칭찬해 주세요. 그리고 그동안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해보세요’
제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만을 보였으니까요. 그렇게 집단이 마무리가 되었고, 그분의 소식은 들을 수 없어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나’라는 존재를 사랑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나’로 그 존재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어야만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아니라 늘 타인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 생각보다는 타인의 생각이,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타인이 좋아하는 것이 우선이 되고 타인에게 몰입하게 되고, 그 사람을 내 곁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하고 모든 것 맞추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나’는 사라지고 상대방을 위한 나만이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곤 상대방이 내가 해 분만큼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상처를 받게 됩니다. 어쩌면 그런 상처는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고통,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데는 매우 민감한데 자신의 외로움, 자신의 고통, 자신의 아픔에 대해서는 잘 돌아보지 않으려고 하고 그냥 놔둬버립니다. 그러지 마세요, 남을 안아주듯 남을 이해하듯 자기 자신을 안아주고 자기 자신을 이해해주세요. 그래야 상대방을 사랑하는 진짜 사랑이 나옵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으며,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조용히 자신을 안아 주세요.
그리고 '사랑한다'라고 말해 주세요
#네이버 밴드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세 잎 클로버 #행복한 부모교육 #행복여행 #행복교육 #자아존중감 #선택 #책임 #아들러 #신성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