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름을
오랜만에 막내, 둘째와 함께 요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요리는 볶음밥입니다. 물론 인스턴트의 힘을 빌릴 예정입니다. 거기에 제 나름의 레시피를 더해 만들 계획을 세웁니다.
둘째가 재료를 준비하고 막내는 반찬 등을 내옵니다. 저는 준비된 재료로 오늘의 요리를 완성해야 합니다. 즉 볶음밥의 맛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드디어 오늘의 요리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아빠 : 자 다 됐어요~~~
둘째, 막내 : 와아~~~ 맛있겠다
아빠 : 맛있게 먹자~~
둘째, 막내 : 네에~~~
그렇게 즐겁게 식사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밥을 입에 넣은 막내의 얼굴이 조금 이상합니다. 급격하게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조용히 숟가락을 놓습니다. 둘째는 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막내와 마찬가지로 숟가락을 내려 놓습니다.
아빠 : 왜? 맛이 없어?
막내 : 배 불러
둘째 : 갑자기 배가 아파서요....
아빠 : 조금 더 먹어봐 맛있는데 나는
막내 : 배가 불러서 못 먹겠어요
아빠 : 아까는 배 고프다며
막내 : 근데 갑자기 배가 불러졌어
아빠 : 맛이 없구나.
막내 : 음.... 조금
아빠 : 나는 맛있는데 이상하네. 네게 매일 라면만 먹어서 이런게 맛이 없는거 아니야?
막내 : 그건 아니고 그냥 맛이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아빠 : 맛있으라고 특별히 참기름도 넣고, 계란도 넣었는데!
막내 : 나는 계란 싫어하는데
아빠 : 계란을 먹어야 건강해지지. 너 앞으로 라면 금지다!
막내 : 그런게 어딨어요. 그냥 아빠가 맛이 없게 한 걸....
아빠 : 네가 라면, 피자, 치킨 이런 걸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거야
막내 : 말이 안되는데.....
나름 정성껏 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저러니 섭섭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맛있는데 맛없다고 하는 막내와 둘째가 솔직히 이해도 안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안방에서 쉬고 있는데 막내가 저를 부릅니다.
막내 : 아빠!~~ 잠깐만 나와봐요
아빠 : 왜그래?
막내 : 빨리 나와봐요
막내의 부름에 거실로 나갔습니다. TV에 빨려 들어갈 듯 막내는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빠 : 왜 불렀어?
막내 : 좀 앉아봐요.
아빠 : 뭐 때문에 그래?
막내 : 아빠 이거함 봐요.
아빠 : TV 보라는 거야?
막내 : 네에. 이거 진짜 재미있어요. 요즘 짱 인기 많아요
아빠 : 그래? 이게 재미있는거야?
막내 : 그럼요
그렇게 막내와 TV를 봤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황당하기만 하지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9살짜리가 재미있다는 프로그램이 40대 후반의 아저씨에게 재미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빠 : 재미없는데...
막내 : 네에? 이게 재미가 없다구요?
아빠 : 그래. 아빠는 재미가 없는데.
막내 : 이상하네. 이게 왜 재미가 없어요? 아빠는 항상 이상한 것 만 봐서 그런거 아니예요?
아빠 : 내가 무슨 이상한 걸 봐?
막내 : 고독한 미식가인가 뭔가 이런거 보잖아요
아빠 : 그게 뭐가 이상해
막내 : 이상하죠. 맨날 혼자 뭐 먹는거만 나오고 이상하잖아요.
아빠 : 근데 그거 보는거랑 지금 이거 재미없는거랑 뭔 상관인데
막내 : 이게 재미없다고 하니 이상해서 그런거지요. 앞으로 아빠 그런거 좀 보지말고 나랑 이런거 좀 봐요.
지금 이 녀석 저한테 복수하고 있는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