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성철 Dec 04. 2018

부모가 만든 세상 속의 아이들

행복할까요? 진짜로?

어머니 한 분이 상담을 신청하셨습니다. 예전에 제가 진행하던 부모교육을 들었는데 저라면 당신이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약속에 날에 어머니께서 오셨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어머니께서는 긴 한숨을 쉬시고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내담자:  교수님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놔서 죄송합니
상담자:  아닙니다. 자녀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드셨나 봅니
내담자 : 네에. 진짜 저는 제 딸이 이해가 안 가요
상담자 : 이해가 안 가신다고요?
내담자 : 네에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완전히 자기 멋대로 사는 것 같아요. 엄마 이야기는 전혀 안 들어요. 어떤 날은 제가 뭐라고 하면 막 화를 내면서 집을 나가 버려요
상담자 : 많이 당황스러웠겠습니다.
내담자 : 네에... 당황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그래요. 그냥 엄마 말 좀 들어주면 어디가 덧나는지..... 일부러 제가 하는 말을 반대로 따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도 딸이 하자는 대로 다해 주는데... 딸은 한 번도 제가 하라는 것을 안 하네요.
상담자 : 어머니가 딸에게 원하시는 게 뭔가요?’
내담자 : 별로 원하는 거 없어요. 세상이 무섭잖아요. 그래서 학교 마치고 학원 마치면 곧바로 집으로 왔으면 하고요. 아무 친구하고 사귀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공부도 좀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상담자 : 그렇군요. 어머니께서는 자녀가 어머니의 바람대로 해줬으면 하는군요.

내담자 : 그렇죠. 얼마나 편하고 좋아요. 자기 보고 뭘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해놓은 대로 따라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렵나요? 그냥 내가 하는 말 좀 듣고 그대로 하면 되는 건데.... 참 이해가 안 가네요


그렇게 거의 한 시간 이상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속상해하는 것은 결국 딸이 엄마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딸이 본인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살아 줬으면 하는데 딸은 전혀 엄마의 바람대로 행동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속상하고,  화가 난다는 것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유명한 소설가인 토리 모리슨이 쓴 '네모상자 속의 아이들'이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어른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종이상자 속에 갇혀서 사는 패티와 미키, 리자란 3명의 어린이가 주인공입니다. 패티는 학교에서 소 란스 넓게 굴었고, 쿵쾅쿵쾅 복도를 뛰어다니고 교실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선생님들은 회의를 열어 당분간 패티의 자유를 빼앗기로 했습니다.

미키도 그전에는 엘리베이터 2대가 있는 18층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우체통 뚜껑에 자기 이름을 쓰고 아파트 관리인 아저씨의 자동차 위에 올라간다는 이유로 동네 어른들은 그를 종이상자로 데려갔습니다. 리자 역시 아담한 농장 주택의 어린이였습니다. 그 아이의 ‘나쁜 버릇’은 암탉이 달걀을 낳아도 모른 체하고 다람쥐가 과일나무를 망가뜨려도 쫓아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아이들이 사는 네모상자 안에는 카펫이 깔려있고 그네랑 미끄럼틀에다 멋진 침대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먹고 싶은 대부분의 과자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네모상자 안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것으로 채워진 멋진 곳입니다. 하지만 묵직한 자물쇠가 3개나 채워져 있어서 마음대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즉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상자 속에서만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장난감과 과자, 멋진 침대 등이 갖추어진 상자 속에 있는 아이들은 행복해 보여야 했지만 아이들은 수요일마다 오는 부모들에게 조르기 시작을 합니다.

‘여긴 전혀 행복하지도, 기쁘지도 않아요. 깡충깡충 신나게 뛰어다니는 토끼들, 그리고 갉작갉작 나무를 갉아대는 비버들 좀 보세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해 주세요’

모리슨은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이 만든 규칙을 어린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묻고 있습니다. 어쩌면 많은 부모들이 마음속에 자녀들을 위한 네모 상자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온갖 정성을 들여 네모상자를 꾸밉니다. 이 네모 상자야말로 자녀들이 지내기에 안전하고 평온한 놀이터라고 여깁니다. 그리고 자주 네모상자를 사랑과 혼동합니다.

부모들은 이렇게 자신이 만들어 놓은 네모상자 속에 자녀를 넣어 놓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 것들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는 그 네모상자 안에서 자녀들이 안전하게 자라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자녀에게 자유를 준 것이라고, 그것이 자녀가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네모상자 속은 부모가 생각한 것처럼 행복한 공간이 아닌 뛰쳐나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저 부모가 만든 또 다른 감옥일 뿐입니다. 부모가  사랑을 빌미로 만든 감옥에서 자녀들은 숨이 막혀하고 있는 겁니다.

부모는 자신이 만든 네모상자 속이 과연 자녀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는 곳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집어넣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아니라면 과감히 네모상자를 열고 자녀와 함께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아무리 네모상자가 잘 꾸며지고, 정성이 들어갔다 한들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의 복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