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오랜만에 지인이 연락이 와서 근처 커피솝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전 시간인데도 꽤 많은 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쭈욱 둘러보니 대부분 30-40대의 젊은 부모님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무리를 지은 틈 사이로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 있는데 문자가 옵니다. 차가 밀려서 20분 정도 늦겠다는 지인의 문자입니다.
읽고 싶었던 책을 가방에서 꺼내 들었습니다. 책을 보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손님 1 : 우리 애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 요즘 부쩍 말을 안 듣네.
손님 2: 그 집 애는 착하잖아. 공부도 잘하고
손님 3 : 그니까. 하나도 문제 될 게 없는데 뭐가 그렇게 속상해
손님 1 : 공부만 잘하면 뭐해! 말을 안 듣는데!
손님 2 : 그래도 공부라도 잘하는 게 어디야. 우리 애는 공부도 못해요
손님 3 : 그러니까!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니까
손님 1 : 배부른 소리가 아니야.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이야. 씻지도 않고. 씻으라고 하면 말로만 ‘네에’하고 끝이야! 그리고 말대꾸는 얼마나 하는지..... 내가 한 마디 하면 열 마디를 한다니까. 분명히 자기가 잘못했으면서도 얼마나 당당한지! 진짜 뻔뻔하다니까. 사춘기가 무슨 큰 권력이라니까!
손님 2 : 우리 애도 마찬가지야. 완전히 왕이야 왕!. 무슨 사춘기가 벼슬도 아니고.
손님 3 : 피장파장입니다요.
손님 1 : 진짜 이해를 못하겠다니까. 왜 그러지? 자기가 원하는 거 안 해주는 게 뭐 있어? 밥을 안 줘? 옷을 안 사줘? 용돈을 안 줘? 대체 뭐가 불만인지!
손님 2 : 그러니까. 우리가 뭘 그렇게 큰 거 원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안 한다니까.
손님 3 : 어떤 날은 나를 일부러 괴롭히려고 그러는 것 같다니까. 진짜 미워 죽겠어
손님 1 : 내가 뭐 큰 거 원하냐고. 학교 갔다 와서 먼저 씻고, 숙제 먼저 해놓고, 자기 방 좀 치우고,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거만 해주면 내가 잔소리할 일이 뭐가 있냐고. 그걸 안 하네!
손님 2 : 그러게. 나도 뭐 큰 거 원하는 것도 아니야. 남들 안 부끄럽게 공부 좀 하고, 스마트폰 좀 줄이고, 학원 안 빠지고 가는 거 정도인데 그게 힘든가? 이해를 못하겠다.
손님 3 : 어휴..... 철이 들면 알겠지. 엄마 마음을!
그렇게 한참 동안 넋두리를 했습니다. 그 분들이 말하는 핵심은 자녀들이 자신들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원하는 작은(?) 것도 해주지 않는 자녀들에게 대한 서운함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학창 시절 아버지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이렇게 사소한 것도 못하냐? 내가 뭐 너한테 큰 거 바라냐?’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을 듣는 저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하신 소소한(?) 것들이 저에게는 엄청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바라시는 사소한 것들을 하기에는 제가 받는 압박이 엄청났습니다.
아버지 말씀처럼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들도 아니었고요. 어쩌면 아버지가 보시기에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당시 저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것들이었습니다.
마치 막내의 산수가 저에게는 너무나 쉬운 것이지만 지금 막내에게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막내의 나이 때도 산수 문제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내가 너한테 큰 걸 바라냐?’
네에 어쩌면 큰걸 바라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감당해야 할 무게는 바라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사람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바라는 사람에게는 쉬운 문제가 직접 풀어야 할 당사자에게는 쉬운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너한테 큰 걸 바라냐?’라는 말보다는 ‘너한테는 어렵고 힘들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네가 해야 할 일이니까 하는 게 어떨까? 엄마(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엄마(아빠)가 도울 수 있는 것은 언제든지 도와줄게’라는 말이 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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