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주는 감동과 받는 감동

by 신성철

오랜만에 둘째, 막내와 함께 거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공휴일 즉 학교를 가지 않는 날에 대해서입니다.



막내 : 아빠! 아빠 학교는 월요일 놀아요?

아빠 : 아빠 학교는 수업하는데

막내 : 그래요? 나는 학교 안 가는데 아빠는 학교를 가는구나. 그럼 형은 학교 가?

둘째 : 우리도 안 가지. 재량 휴업일이잖아

막내 : 그래? 형은 중학교이고 나는 초등학교인데 왜 둘 다 안 가지?

둘째 : 중학 교하고 초등학교가 무슨 상관인데. 재량휴업일은 둘 다 똑같아야지.

막내 : 아니지! 형은 중학생이니까 학교를 자주 가야지. 나는 초등학생이니까 조금 쉬어줘야 하고.

둘째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막내 : 그럼 말이 되는 거지. 아빠 봐라. 아빠는 학교 간다고 하잖아.

둘째 : 그건 대학교잖아. 대학교니까 가는 거지. 그리고 저번에 추석 연휴 때 너희들은 9일이나 쉬었잖아. 우리는 7일밖에 못 쉬었는데.

막내 : 초등학교니까 당연한 거지

둘째 : 그게 왜 당연한 건데

막내 : 그럼 형도 초등학교로 다시 오든지

둘째 :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어떻게 내가 다시 초등학교로 가는데

막내 : 그럼 불평을 하지 마라. 어차피 나도 중학생 되면 형처럼 학교 자주 가겠지 뭐!




이야기의 끝이 안 날 것 같아 중간에 끼어들기로 했습니다. 뭔가 교훈을 주고 감동적인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야기를 던졌습니다.



아빠 :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쉬는 날 보다는 학교 가는 날이 많아져. 그렇게 쉬는 날이 줄어든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 간다는 거야.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그렇게 말이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거야.



아~~~ 제가 생각해도 참 멋있는 말 같았습니다. 어른이 되어 간다는 말이 얼마나 감동적입니까? 스스로 감탄을 하고 둘째를 봤습니다.


둘째 : 우와~~ 아빠 진짜 그런 것 같아요. 나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가네요. 그래서 점점 쉬는 날이 줄어드네요. 역시 아빠는 대단해요


예상대로입니다. 둘째가 엄청 감동을 받았나 봅니다. 웃으며 막내를 보았습니다 분명 막내도 감동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막내가 던진 말은 전혀 예상을 뒤집는 말이었습니다.

막내 : 그럼 나는 어른 안 될래. 어른이 되면 좋은 게 하나도 없네 뭐! 어른이 된다는 건 피곤한 일이네.


허걱! 이런 감동적인 멘트에 저런 답변이 날라 오다니요. 이건 도무지 상상을 못 하던 상황 아닙니까? 둘째와 같은 감동 답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동감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막내는 그런 저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 놓았습니다.


그렇게 삼부자의 이야기는 급 마무리가 되었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서재로, 막내는 컴퓨터로, 둘째는 스마트 폰을 들고 자기 방으로 향합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출출해졌습니다. 거실로 나와 막내에게 무심코 한 마디 던졌습니다.


아빠 : 배도 고픈데 치킨이나 한 마리 시켜 먹을까?

막내 : 진짜요? 우와!~~ 아빠 진짜 감동이에요. 역시 우리 아빠는 최고!!


눈가에 촉촉이 눈물이 고인(이 부분은 제가 느낀 것입니다)채로 엄지손가락을 번쩍 올려 줍니다. 감동 제대로 먹은 것 같습니다. 치킨 한 마리에 말이지요.


상대가 나에게 감동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내가 감동적인 행동을 해서 상대가 감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내 행동을 감동적인 것으로 해석을 해서 감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무리 좋은 말과 감동적인 말을 해도 자녀가 그것을 감동으로 받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이 말은 자녀가 부모의 말에 감동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가끔 자녀의 행동 때문에 감동을 받거나, 불쾌함을 토로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잘 생각해보면 자녀의 행동 때문에 부모가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의 행동을 감동으로 해석을 하니 감동이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은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감동을 받지 못한다고 자녀에게 ‘내가 감동할 수 있게 행동 좀 똑바로 해라’라고 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감동은 받는 사람이 감동으로 받아 줘야 하는 것이니까요.


내가 아무리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했더라도 그것이 내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처럼 상대에게 감동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는 자유로워도 됩니다.

부모가 아무리 정성스럽게 무언가를 자녀를 위해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부모의 몫이 아닌 자녀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녀의 행동으로 혹은 타인의 말로 인해 생기는 감정은 결국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입니다. 막내는 오늘 치킨 한 마리에 엄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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