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효도해라

by 행당동 살쾡이

지금 어머니에게 효도해라.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러나 사람은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에 가장 쉽게 무감해진다. 숨을 쉬는 일, 밥을 먹는 일, 몸이 아프지 않은 일.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곁에 있는 일.


묻지 않았고, 따지지 않았고, 요구하지 않았다. 너는 학교에서 돌아와 밥이 차려진 식탁에 앉았고, 방에 들어가면 이불이 펴져 있었고, 새 옷이 계절마다 옷장에 걸려 있었다. 이 모든 일이 늘 그랬기에, 특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의 손과 마음이 쌓여 만든 결과였다.



너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몸을 주었고, 시간을 주었고, 기회를 주었다. 기억하라. 네가 자는 동안 그녀는 깨어 있었고, 네가 울 때 그녀는 달려왔으며, 네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는 늘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대단한 경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고, 세상이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한 생명을 길러냈고, 한 인생을 지켜냈다. 그 인생이 바로 너다.



하지만 가까운 존재일수록 소중함을 잊는다. 늘 거기 있으리라 착각한다.그러나 세월은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의 걸음은 느려지고, 말은 줄어들며, 손은 가늘어진다. 그녀는 천천히 말라간다. 햇볕 아래 나뭇잎이 수분을 잃듯이, 조용히, 천천히,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제야 너는 알게 된다. 그녀가 네게 무엇이었는지를. 네 삶의 시작이었고, 네 존재의 뿌리였으며, 네가 가진 가장 깊은 사랑의 원형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너무 늦게 깨닫는다. 아쉬움이 밀려들 즈음, 그녀는 이미 고목이 되어 있다. 등은 굽었고, 얼굴은 깊게 패였으며, 눈동자는 흐릿하다. 그 손은 이제 누군가를 감싸기보다,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 하는 손이 되었다.그 시점에서 너는 말한다. “이제는 잘해드려야지.”



하지만 그때는 네게도 가족이 생긴다. 자식을 돌보고, 배우자를 챙기고, 일에 치이며, 너 역시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 네 하루는 빠듯해지고, 몸은 고단하며, 마음은 늘 지쳐 있다. 그제서야 시작한 효도는, 너의 미안함을 채우기에도 모자란다.사람은 의지만으로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시간이 증명한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낸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을 인생의 중심에 두겠다는 뜻이다. 너는 어머니에게 그 시간을 내고 있는가? 그녀가 생생히 너를 기억하고, 네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마음을 전해라.



지금이 그때다. 지금, 어머니에게 효도해라. 전화 한 통, 짧은 안부, 손에 들려주는 작은 과일 한 봉지. 그 무엇도 대단할 필요 없다.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너라는 존재가 아직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 그녀는 위로받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 그녀는 아직도 너를 걱정하고, 너를 위해 기도하고, 밤이 되면 네가 잘 자고 있기를 바란다. 세상은 어지럽고, 사람은 바쁘다. 무엇을 이루어야 하고, 앞서가야 하며,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외친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너의 어머니가 늙어간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너의 존재를 겸손하게 만든다.



지금 해라. 지금밖에 없다.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다음 달, 내년, 언젠가...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그녀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 너도 늙는다. 너 역시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같은 외로움을 겪는다. 그때 너는 비로소 깨닫는다. 어머니는 사라진 뒤에 더 선명해진다는 것을.



지금 어머니에게 효도해라.

후회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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