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쉽게 믿지 마라.
믿음은 값이 비싼 것이다. 값이 비싼 것은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오래 묻어둔 금덩이가 있다. 그 금덩이는 믿음이다. 그 믿음을 꺼내는 순간, 그것을 노리는 손이 달라붙는다. 믿음을 건넨다는 것은 네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다. 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오고, 비가 들어오고, 먼지가 들어온다. 들어오는 것이 햇빛일 수도 있지만, 칼을 든 그림자일 수도 있다. 한 번 도둑맞은 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설령 되돌려받는다 해도, 그 표면은 긁히고 패여 있다. 그 흠집은 네 손을 베고, 마음을 베어, 오래도록 피를 흘리게 만든다.
남을 쉽게 믿으면, 네 삶은 필연적으로 상처를 입는다.
상처는 피를 보이지 않기에 남들은 모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상처야말로 깊다. 살갗의 상처는 시간이 아물게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덮지 못한다. 그 상처는 불시에 다시 아프다. 아픈 순간, 너는 다시 경계심을 세우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세상에는 네 마음속 빈틈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네 성문이 열리기만 기다린다. 네가 문을 열면, 그들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꺼내든다.
기본적으로, 이 세상에서 너에게 아무 대가 없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은 너의 부모뿐이다.
부모의 사랑만이 거래가 없다. 부모의 사랑은 너의 무능에도, 실패에도, 잘못에도 변하지 않는다. 네가 쓰러져도 부모의 손은 너를 일으킨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호의는 다르다. 거기에는 값이 매겨져 있다. 값이 없는 듯 보이지만, 언젠가 너에게 값을 치르게 만든다. 호의를 빚으로 바꾸는 것은 세상사의 오래된 습관이다. 사람은 계산을 한다. 계산을 하면서도 계산하지 않는 척한다. 그 척에 속으면 너는 이미 판 위에서 졌다.
남을 쉽게 믿는 것은 너의 나약함이다.
나약한 마음은 위로를 원한다. 외로운 마음은 손을 잡아줄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그 손이 너를 끌어당기는 방향이 구덩이일 수 있다. 마음을 열면, 그 틈으로 남이 들어온다. 들어온 사람은 네 속을 본다. 네 속을 본 사람은 네 약점을 잡는다. 약점을 잡힌 사람은 언제나 불리한 자리에 서게 된다. 불리한 자리에 선 사람은 자기의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만약 누군가가 이유 없이 너에게 친절을 베푼다면, 그 친절의 그림자를 보아야 한다.
친절은 꽃과 같다. 꽃은 향기롭고 아름답지만, 꽃잎 아래에는 벌레가 있다. 향기에 취해 다가가면 벌레가 문다. 사람의 친절도 그렇다. 그 친절의 표면은 부드럽지만, 그 안쪽은 단단한 목적이 들어 있다.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목적 없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은 드물다. 그 목적이 너의 이익과 일치하는지, 아니면 너를 이용하려는 것인지 살펴야 한다.
사람은 목적이 이끄는 삶을 한다.
그 목적은 돈일 수도 있고, 명예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의 목적은 단순하지만, 어떤 사람의 목적은 복잡하다. 너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의 목적이 무엇인지 가늠해라. 그 가늠은 쉽지 않다. 그러나 시간을 두면 그 답이 드러난다. 시간이 흐르면 말과 행동 사이의 틈이 벌어진다. 틈이 벌어지면, 그 안에서 본심이 나온다.
사기꾼은 사기꾼의 얼굴을 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들은 너를 칭찬한다. 칭찬은 단맛이다. 그러나 그 단맛은 속을 비게 만든다. 그들은 네 귀에 속삭인다. 너의 욕심, 외로움, 무지를 건드린다. 사람은 자기 욕심에 속고, 자기 외로움에 속고, 자기 무지에 속는다. 사기꾼은 그 약점을 이용한다. 그래서 네가 스스로 그들의 덫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다.
너를 지키는 일은, 믿음을 함부로 주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믿음을 주기 전에 시간을 두어라. 시간은 사람의 본성을 드러낸다. 본성은 감출 수 없다. 감출 수 없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성문을 열지 마라.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먼저 나쁜 사람을 걸러내야 한다. 거름망 없이 좋은 사람을 찾으려 하면, 나쁜 사람에게 먼저 걸린다. 그 거름망이 바로 의심이다. 의심은 너를 지키는 칼이다. 칼은 갈지 않으면 무뎌진다. 무뎌진 칼은 너를 지킬 수 없다. 너의 의심을 갈아라.
사람을 믿는 일은 쉽지만, 믿음을 거두는 일은 어렵다.
믿음을 거두는 순간, 이미 마음은 상처를 입었다. 그 상처 위에 경계심이 세워진다. 그러나 상처를 입기 전에 경계심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상처를 막는다.
세상은 바다 같다.
바다는 넓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 깊은 곳에는 이빨을 가진 것이 산다. 너는 바다 위에서 노를 젓지만,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흐른다. 친절이라는 파도는 너를 멀리 데려갈 수 있다. 그러나 그 파도 끝이 암초일 수도 있다.
너는 해안선을 떠날 때, 배 밑을 보아야 한다.
사람을 믿을 때, 그 사람의 뒷면을 보아야 한다. 뒷면을 보지 않으면, 배는 모래톱에 걸리고, 사람은 함정에 빠진다. 세상은 살 만하다. 그러나 그 살 만한 세상 속에도, 너를 노리는 사기꾼이 있다. 그들은 네 눈을 보며 웃고, 네 등을 향해 칼을 쥔다. 그 칼을 피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남을 쉽게 믿지 않는 것이다.
믿음은 네 최후의 성이다.
성문을 열면 적은 들어온다. 성문은 아무에게나 열어주지 마라. 성문을 열기 전에, 그 사람이 적인지 아군인지 가려내라. 가려내는 일은 느려야 한다. 느림은 너를 살린다.
남을 쉽게 믿지 마라.
이이것이 너를 지키는 첫 번째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