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해라

by 행당동 살쾡이


순종해라. 어제도 너는 엄마와 다투었다. 너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었고, 너의 눈은 닫혀 있었다. 말은 부딪히고, 부딪힌 말은 서로의 가슴을 찔렀다. 다툼이 끝나고 나서도 말의 파편은 마음 속에서 오래 남는다. 그 파편은 부드러운 살을 찢고, 피를 낸다.



순종해라. 네가 옳아도, 순종해라. 네가 틀려도, 순종해라. 순종은 굴복이 아니다. 순종은 배우는 자리다. 네가 오늘 순종하면, 내일은 네 말이 더 멀리 간다. 순종하지 않는 말은 벽에 부딪혀 부서진다.



너의 성장의 기본은 순종이다. 순종은 네 마음의 밭을 기름지게 한다. 거친 밭에는 씨앗이 뿌리내리지 못한다. 네 마음이 순종으로 부드러워지면, 그 위에 지식이 뿌리내린다. 지식은 논쟁으로 자라지 않는다. 지식은 받아들임에서 자란다.



이해가 안 되면, 일단 받아들여라. 세상에는 네가 모르는 것이 많다. 너의 눈은 아직 멀리 보지 못한다. 멀리 보지 못하면, 눈앞의 것만 옳아 보인다. 그러나 삶은 눈앞의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삶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흐름 속에 있다. 그 흐름을 읽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은 네 편이지만, 서두르면 네 등을 친다.



너는 아직 어리석고, 미숙하다. 이것은 너를 낮추는 말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미숙하다는 것은 아직 가능성이 남았다는 뜻이다. 가능성이 남았다는 것은 아직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배우려면 순종해야 한다. 순종하지 않는 귀에는 아무 말도 들어가지 않는다.



제발 순종해라. 부모의 조언이 절대선은 아니다. 부모도 틀릴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말에는 네가 모르는 세월이 묻어 있다. 세월은 책에 쓰이지 않는 지식이다. 세월은 상처의 자국과 실패의 무게를 알고 있다. 그 무게가 부모의 말 속에 있다.



부모의 조언은 너를 성장시키는 영양제다. 영양제는 맛이 없다. 어떤 것은 쓰다. 그러나 몸은 그 쓴맛을 기억하지 않고, 영양만을 취한다. 조언도 그렇다. 들을 때는 거슬리고, 때로는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말이 너를 지탱한 힘이었음을 알게 된다.



순종은 네 자유를 빼앗지 않는다. 순종은 자유를 준비한다. 네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를 가지면, 자유는 너를 삼킨다. 준비된 자유만이 너를 살린다. 준비는 순종 속에서 이루어진다.



세상은 네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네 뜻대로만 흐르는 세상은 없다. 세상은 네가 맞추어야 하는 법칙과 질서를 가진다. 순종은 그 질서를 배우는 첫걸음이다. 질서를 배운 사람만이 질서를 바꿀 수 있다.



너는 앞으로 수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 사람들 중에는 너보다 강한 사람도 있고, 너보다 약한 사람도 있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순종이 너를 살린다. 약한 사람 앞에서는 순종이 너를 지키고, 오만하지 않게 한다.



순종 없는 사람은 고립된다. 고립된 사람은 외로움 속에서 자기 말만 반복한다. 자기 말만 반복하면, 세상과의 대화가 끊긴다. 대화가 끊긴 사람은 배우지 못한다.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늙기만 하고, 자라지 않는다.



순종은 단기전이 아니다. 순종은 장기전이다. 오늘 순종했다고, 내일 당장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1년, 5년, 10년이 지나면, 순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깊게 갈라진다. 그 차이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난다.



순종은 힘이다. 겉으로는 낮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단단하다. 순종은 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판단을 깊게 한다. 단단한 마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면, 네가 오늘 다퉜던 그 말들이 모두 사라진다. 사라진 말의 자리에 남는 것은 네가 배운 태도다. 그 태도가 너를 만든다. 나는 네가 고집으로 네 삶을 좁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네가 순종으로 네 삶을 넓히는 것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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