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잘봐야 한다

by 행당동 살쾡이

세상은 오래전부터 사람을 가르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것이 시험이다. 시험은 학교에서만 치는 것이 아니다. 채용에서도, 승진에서도, 심지어 사람의 신뢰를 얻는 일에서도 시험은 있다. 이름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시험은 결과로 사람을 줄 세운다. 점수와 등수는 네 존재의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것으로 네 가치를 매긴다. 이 불편한 사실을 부정해도, 시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험은 제도 속에 있고, 제도는 삶의 뼈대다. 시험은 너를 평가하는 공식 문서이며, 그 문서로 평가한다. 문서를 근거로 너를 부르고, 너를 뽑고, 너를 거른다. 시험은 잔인하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이 만든 공식 언어다. 세상이 만든 언어를 모르면, 세상과 대화할 수 없다.

시험의 공정성을 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피평가자인 너에게 그 공정성 논쟁은 무의미하다. 시험이 공정하지 않다고 해도, 시험은 그대로 치러진다. 불공정하다고 시험을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를 탈락시키는 일이다. 제도는 네 항변보다 크고, 오래 지속된다. 시험의 규칙이 불합리해 보여도, 규칙은 당분간 바뀌지 않는다. 너는 그 규칙 속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점수는 그 제도의 문을 여는 열쇠다. 너는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문 밖에서 소리쳐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세상이 만든 문 안으로 들어가서야, 너는 문을 고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문을 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시험은 그 문이다.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세상의 언어를 잘 구사한다는 뜻이다. 그 언어를 먼저 익혀야 한다.

시험에 순응하는 것은 네 영혼을 파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네가 앞으로 더 큰 변화를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네가 네 꿈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네 꿈을 지키는 방법이다. 세상의 판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판 위에 올라서야 한다. 판 위에 오르지 못한 사람은 판을 움직일 힘이 없다.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그 판 위로 올라가는 티켓을 얻는 일이다. 순응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의 첫 수다. 네가 지금 시험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은, 언젠가 시험의 규칙을 새로 쓰기 위해서다. 순응하지 않고 부딪히는 것은 멋있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싸움은 네가 힘을 얻기 전에 끝난다. 힘을 얻기 전의 패배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네가 시험에서 이기면, 그 다음에는 시험을 바꿀 수 있다. 시험을 바꾸려면 네 말에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은 성과에서 나온다. 성과는 점수와 기록에서 시작된다. 기록이 쌓이면, 사람들은 네 말을 듣는다. 네 말이 제도를 움직인다. 그때 가서야 네가 원하는 시험을 만들 수 있다. 네가 후배들에게 더 나은 제도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겨야 한다. 시험에서 이기지 못하면, 네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세상은 패배자의 불만보다 승자의 제안을 더 오래 듣는다. 그러니 지금은 잘 봐라. 시험을 잘 봐라. 세상이 만든 틀 안에서 먼저 이겨라. 그 다음, 네가 그 틀을 부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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