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연달의 기록
시간은 결국, 늘 마음보다 빨리 지나간다.
10월도 그랬고.
북캘리포니아의 가을 하늘은,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높고, 캘리포니아 답게(?) 햇살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바람엔 선선함이 묻어 있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 공기가 조금 더 얇아진 걸 느낀다.
평일엔 여유가 거의 없다.
눈을 뜨면 곧바로 출근 준비가 시작되고,
학교에 도착하면 수업과 회의, 관련 서류 작업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교실은 늘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하고,
집에 돌아오면 해는 이미 지고 있다.
그렇게 한 주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그래서 주말 아침만큼은 조금은 더 느긋하게 시작하려 한다. 평일보다 조금 더 늦게 일어나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를 걷는다. 걷다 보면 어느새 어둑하던 하늘은 밝아지고, 나무들은 어느새 색을 바꿔가고 있다.
강아지는 냄새를 좇고, 나는 그 옆에서 생각을 비운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덕분에 다시 한 주의 바쁜 일들과 상념을 정리하고 일상의 리듬을 잡는다.
10월에는 소소하니 여러 일들이 있었네. 그러고 보니 추석도 있었다.
올해는 분주함 속에 제대로 분위기를 내지 못했지만 사진을 다시 보면
그날의 공기와 분위기가 조용히 되살아났다.
가끔 사진은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추억을 재생시킨다.
그 순간의 온도와 마음까지 함께 불러온다.
하지만 산책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토요일엔 한국학교,
주일엔 교회와 주일학교.
주말도 결국 또 다른 일상의 연장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활기, 일들이 주는 다양한 텐션이 하루를 깨어있게 하고 그 속의 다정한 순간과 묵상들이 하루를 견디게 해 준다.
준비할 것들이 많아 Indigenous Peoples’ Day에도 일했다. 미국에 올 때만 해도 콜럼버스데이로 보냈는데 이름에 바뀌었다. 돌아보면 미국도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이 날은 잠시 숨을 돌리고 싶어, 그간 벼르지만 잘 가지 못했던 동네 델리카페에 들렀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따위의 음식들을 고르고 포장하는 동안 창가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맡겨진 일이 많다는 건,
그만큼 믿어주신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바쁘게 달려온 10월,
이 달을 하늘연달이라 불렀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달,
감사와 기도를 올리던 때.
돌아보면 나 역시
이 달을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 —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보이지 않는 길 위를 묵묵히 걸으며.
이 길의 끝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여정이지만,
가다 보면 그분의 섭리를 조금은 더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