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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지가지 Aug 26. 2019

늙지 않는 엄마의 비밀

뭐든 저리도 좋으실까.

엄마는 37년동안이나 직장생활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야간 대학을 다니면서 입사해 정년퇴직까지 한 직장만, 무려 37년동안.

남들 보기에는 신의 직장이라 하는 은행에서 매일같이 실적 압박이며 수많은 남성 경쟁자들 사이에서 관리직을 하시느라 퇴직을 하실 때는 만세만세 만만세를 부르셨다.


그럼에도,

37년이라는 길고 긴, 나의 생 보다도 긴 시간을 그 전쟁터에서 보내셨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미간에 주름 하나 없다. 목주름도 없고 피부도 50대 후반이라 하기엔 참 좋다.

곱다는 말이 너무해 보일 정도로 예쁘다. (내 눈에는..)


그렇다고 따로 관리를 열심히 하시는 것도 아니고

몇 십만원씩 돈을 들여 샵을 가는 것도 아니다. 

엄마의 샵이라고는 가끔 가는 찜질방 정도?


한창일 때에는 이리저리 가족들의 빚을 대신 갚으시느라 남몰래 울기도 많이 우셨다는데

어쩜 저렇게 속앓이 한 번 안해본 사람처럼 좋아보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곁에 온 엄마의 말에서 그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다.


"상추 사왔어, 고기 먹자. 상추가 세상에 얼마나 야들야들하고 좋은지 있잖아, 쌉싸름한 맛도 하나도 안나." 

하고는 어린아이같이 기뻐한다. 맛있는 상추에 저렇게나 들뜬 목소리가 나다니. 

그리고는 웃음이 난다. 

몇 주 전, 윗 집 사는 이웃이 텃밭에서 따다 준 상추에 쌈을 싸 먹으면서는 

"이거 진짜 맛있지, 이 쌉싸름한 맛도 진짜 좋다." 하고는 신나했기 때문이다. 

쌉싸름해서, 쌉싸름하지 않아서.  엄마는 그냥 상추가 좋은걸까.   


닭을 먹을 때도 다르지 않다.

교촌을 시켜오면 "이거 닭이 작아서그런지 부드럽고 맛있네" 하시고

토종닭을 사오면 "닭이 참 크고 씹을 맛이 난다 야!" 하면서 좋아하신다.


누군가가 심플한 스카프를 선물해 줬을 때는

"너무 고급스럽지 않니?" 하면서 들뜨고

이모가 선물해 준 꽃이 가득한 스카프를 둘러볼 때도

"화사하니 참 좋다! 너무 예쁘네!" 하고는 기뻐한다.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엄마는 좋은 점을 참 잘 본다. 

무엇이든 단점보다 좋은 점을 먼저 보고,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불평하지 않고 가진 것에 인색하지 않고 칭찬이 풍요로운 사람. 

때때로 엄마가 정말 어른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도, 엄마가 한없이 귀여워 보이는 것도

아마 금방 신이 나고 또 기뻐 마지않는 모습때문이지 않을까. 





뭐든 저리도 좋은, 엄마가 좋다.

"사는 게 너무 바빠 너 클 때 엄마가 너무 몰랐지..." 라고 하다가도

"그래도 엄마는 한개도 안미안하다? 엄마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 그것도 다 너 때문이었어." 하고 웃는다.
자신과 타인을 향한 애정이 균형을 맞추고, 평가는 늘 칭찬부터 하라는 것이

늙지 않는, 혹은 존경스럽게 나이 먹은 엄마의 비결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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