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다른 세상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생기롭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멈춘 시간 속에 갇힌 사람처럼
홀로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평화로운 풍경이 넘실거렸고
그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나만 제외하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비치고 있었다.
오로지 나만 어두운 컬러로 그려져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이곳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세상이라는 듯,
나는 아주 희미하고 이질적이게 존재한다.
이곳은 내가 평생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존재해야 할 곳이다.
그 사실이 조금 억울했다.
조금 외로웠다.
맞지도 않는 신발을 억지로 구겨 신고 까져버린 발 뒤꿈치를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아려오는 감정을 깊은 마음속 한 구석에 봉인한다.
나중에, 아무도 없을 때,
그때 꺼내줄 테니, 얌전히 기다리도록 감춰둔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꾹꾹 눌러내고 아무도 모르게 가면을 쓴다.
아무 표정도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가면을 쓴 덕에,
사람들 틈에 섞여 그런대로 문제없는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가면 뒤에 숨어 어찌어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집에 돌아와 가면을 벗어던지고 온전한 나를 마주한다.
아무 표정도 없는, 언제나 괜찮은 척하는 가짜 '나'는 잠시 돌려보내고,
하루 종일 억눌렀던 진짜 '나'를 불러온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나는,
오늘 하루도 참 괴로웠다고,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너무도 고통스러웠다며,
나는,
전혀 괜찮지 않다고,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럼에도 나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괜찮은 척, 가면을 쓰고 가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