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가을바람을 타고 마음을 좀 먹는 스크래치들에 대하여
사진: Unsplash의 Hans Junge
어제 찜해놓은 가방을 오늘 당근페이로 결제하기로 예약하기로 하고 오전에 검색을 해 알아보니 상품수령 후 당근페이로 결제해도 된다고 하길래 채팅하니 천장같이 화를 내며 차단을 해버리고 나간다. 그 물건을 오랫동안 바라왔지만, 원하던 색은 아니라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새 상품이라 구입하기로 한 건데 오늘 입금하기로 해놓고 딴소리하니 화날 만도 하다마는 문자로도 너무 정색을 하니 나도 조율할 의사조차 사라지고 만다. 여지가 없었다. 조율도 하기 전에 나가버렸으니 누가 더 손해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입장이 있으니 좀 더 딜 해볼 거지가 없어 아쉽다. 그런데 그전에도 위층남자는 때만 되면 정기적으로 본인전세 중 일부금액을 자꾸 융통해 달라고 하고 이래저래 동시다발적으로 맘이 안 좋아진다. 지금 분명 마음의 먹구름이 끼어들어 부정적으로 흐르는 모양이다. 잔잔하게 마음의 스크래치가 묘하게 일어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이다.3년 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작년에 친한 앞집 아줌마가 돌아가시고 며칠 전 평소 부부금슬이 좋으셨던 아저씨마저 갑자기 돌아가셨단 말을 애써 아들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50대가 되고 나니 죽음이 늘 주위에 도사리고 있다. 생보다는 사와 병사를 자주 보게 되니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추가수술할 수 있다는 안과를 다녀온 이후부터 부정적으로 흐른 듯싶다. 마음을 들어야 보고 어디서부터 인지 쭉 맵을 찾아가다 보니 시작점을 찾을 수 있었다. 기분이 좋으면 어떤 말을 하던지 그리 상처받지 않지만, 연약해지고 약해질 때는 너무도 쉽게 무너지는 게 마음이구나 싶다. 옆집 아저씨 119타고 간 이후 일련의 사건으로 불편해 안부 안 물어봤다고 요양보호사가 너무 하시다고 한 것도 그렇고 얘써 마음을 달래러 간 미용실에서 만난 아줌마가 말 한 본인만큼 머리숱이 없다는 첨 보는 이의 말도 아프다. 비교자체가 기부니가 안 좋다. 이런 사람이었다니~ 편견이 심하구나!
머릿속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온갖 생각들에 휘둘려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는 그런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요즘 스스로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자문자답 중이다.
텅 빈 나무처럼 겉은 멀쩡하지만, 속이 바짝 마른 낙엽 같아지고 있다. 갈 곳을 잃은 모습에 기다리고 있다. 바라볼 자신이 생길 때까지 옆에 있어주고 있다.
올해 12월이 되면 첨으로 다이어리의 1년 치가 완성이 되고, 스스로에게 줄 선물도 정해놨다. 첨으로 다이어리를 이렇게 꾸준히 써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록이 의미가 있다는 걸 올해는 절실히 더 느꼈던 의미 있는 시간이다. 무계획이 계획이다라는 말처럼 살았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무엇을 해도 왜 그런지 그럴 선택한 이유를 알아야 하고 하는 의미를 찾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면서도 그동안은 너무 풀어놓고 살았다. 루틴을 꾸준히 잡아가면서 그 안에서 유동성을 발휘하는 게 삶의 운영을 하는 재미가 생긴다. 매일매일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의미를 찾기 위해 더 노력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