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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삼이칠 Nov 17. 2023

내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거부한다.

모든 시간과 노력이 당연한 건 없었다. 이제야 알겠다.

사진: UnsplashOmar Ram

어제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왔다. 오늘은 눈예보가 있다. 눈 쓸 생각을 하니 첫눈보다 수고로움이 먼저 예상된다. 가을을 눈으로만 맞이한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감 그중에서도 올 가을은 후각에 느껴지는 계절이 그리웠다. 낙엽 타는 냄새가 너무 그립고 풀잎에서 나는 향기가 그리웠다. 부득이 비가 오면 그 향기를 최적화할 수 있기에 요즘 최애템 아디다스 운동화 적을 각오로 길을 나선다. 확실히 향긋하고 매콤한 풀잎 향기가 올라온다. 수능날이라 멀리 가기에는 무리라 생각하고 가볍게 산책을 다녀오려고 나간 길이지만, 밤에 고관절이 욱씨근 해 왔다.


요즘은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게 새삼 소중해진다. 20대 때는 친구가 미용실 간다고 하면 같이 가주는 게 흔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당연히 무리라 생각한다. 본인 머리 하는 시간도 너무 힘들다. 친구라는 게 나이 먹을수록 퇴색한다는 명언들의 얘기를 듣자면 쓸쓸할 때도 있다. 오히려 양보다는 질도 밀도 있게 만나야  하지 않나 싶은데 가족만이 전부라고 한다. 난 1인가정인데 그럼 결국  스스로 챙기면 되는 거다.

흔한 어머님들의 공통점은 김치 만드는 것에 진심이다. 기본적으로 3~5가지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고 있는데도 때가 되면 또 김치를  담그신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에게 "요년아~ 인제 내가 없어봐야지 니가 김치소중함을 알지" 피식 웃었다.

지금은 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김치찌개, 김치전, 김칫국  이런 건 사치이다. 매번 반찬으로 먹기에도 버겁다. 어제 애정하는 유튜버가 김치찌개를 한다며 김치 2 포기 정도 넣는 걸 보면서 기암한다. 두부를 먹어도 두부김치를 하고 싶어도 아까워 밍밍하고 담백한 온리 두부를 먹었다. 다행히 얼마 전에 지인언니가 묵은지를 준다고 해서  넘 감사히 받았다. 이런 처지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늘에 계신 엄마가 박장대소하실 것이다.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이 너무 당연한 그대들이여~ 세상 당연한 존재는 없다. 집에서 판판히 놀면서 일하고 돌아온 엄마가 뭐 먹을 거냐고 물어보면 맑은 눈으로 김치볶음밥을 해달라던 이 자식을 용서하소서

주위 사람들에게 가끔 말한다. 잘할 때 잘해라~ 진심이고 진짜다. 뭐 그렇게 대단히 지인들에게 잘해 주는 거 아니지만, 어느 순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배려가 고맙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만났어도 사이가 좋았어도 곁을 떠난다. 알고 지냈던 시간보다 앞으로의 내 시간이 너무 아까워진다.

같이 있는데 존재감 없는 관계라는 걸 알면서도 눈감지 말자, 당신은 그러기에는 너무 소중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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