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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말 Oct 30. 2022

기대를 버리면 정말 행복할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에도 자녀 교육에 관한 영상을 보다 이와 같은 말을 들었다. 자녀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행복하다고 했다. 자녀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워놓으면 거기에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공감한다. 타인, 특히 자녀에게 무리한 기대를 하고 그것에 맞추기를 원하고 닦달하는 것은 폭력일 수 있다. 


 하지만 나 자신 또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일까? 애초에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것일까? 나에게 이 말은 이론적으로는 맞는 것 같지만 들을 때마다 뭔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다. 골똘히 생각해보아도 왜인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 이론을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기대를 낮춘다는 것은 '포기'또는 '방치'의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기대를 낮추면 성취하는 것이 적어질 텐데 과연 그것에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한 TED Talk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을 보고 난 후 이 문제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영상의 제목은 The optimism bias (낙관주의 편향)이다. 낙관(주의) 편향이란 어떠한 부정적인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확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영상에서는 '기대를 하지 않으면 어떠한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실망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일어났을 때는 기분 좋은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므로 기대를 하지 않아야 행복하다'는 이론이 그럴듯하지만 왜 틀렸는지 3가지 이유를 들어 반박했다. 


 첫째. 기대가 높은 사람이 항상 더 좋은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람들은 어떠한 일에 성공했을 때 그것이 자신의 능력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후에도 그럴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는 외부의 요인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에도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기대가 낮은 사람은 실패했을 때는 자신이 멍청하거나 부족해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성공했을 때는 그 일이 너무 쉬웠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자신의 (부족한)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 사람은 계속해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둘째. 결과와 상관없이 기대 자체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원하는 아무) 유명인으로부터 키스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를 묻는 실험을 했다. 지금 당장 혹은 3시간 안에, 12시간 안에, 하루 안에, 3일 내, 1년 내, 10년 내 등의 선택지가 있었고 제일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고 한 선택지는 '지금 당장'이 아닌 '3일 내'였다. 지금 당장 키스를 받을 수 있는데도 3일을 기다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키스를 기대하는 자체가 설레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휴일인 일요일보다 금요일을 더 선호했다. 일요일보다는 토요일을 더 좋아했다. 금요일은 이틀의 휴일을 앞두고 있지만 일요일이 지나면 일해야 하는 월요일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실 낙관 편향이 없는 상태는 약간 우울한 상태이다. 그리고 심각하게 우울한 상태에선 오히려 '비관 편향'이 생긴다. 그래서 낙관주의 편향이나 비관주의 편향은 주관적인 현실을 바꾸게 된다. 내가 어떠한 편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다르게 해석하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낙관주의는 결국 객관적인 현실도 바꾼다. 이것은 자기 충족적 예언 또는 자기 성취적 예언이라는 현상인데 어떠한 일이 발생한다고 예측하면 그 기대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행동을 믿음에 따라 맞춰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의 믿음 또는 현상에 대한 해석이 성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할 때 스트레스와 불안이 감소하여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이 영상의 결론은 '낙관론을 유지하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준비를 하면 우리가 가진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달 전에 읽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의 내용도 비슷했다. 저자가 암투병을 하며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암투병을 둘러싼 온갖 캠페인과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우리에게 어떤 맹목족인 긍정주의를 주입하고 하고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지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암환자는 항상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과 선입견이 자신의 부정적인 실제 감정을 표현하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고 항상 긍정적이지 못한 자신에 대해 죄책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낙관론이나 긍정주의보다는 긍정 편향이나 부정 편향이 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방어적 비관주의'가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약간의 부정 편향이 있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TED Talk 영상과 공통점은 '현실에 대해 눈을 감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낙관주의나 비관주의는 모두 위험하다.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본다면 위험을 보지 못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이거나 위험한 일에 성급하게 뛰어들 수 있다. 세상을 비관적으로만 보는 사람은 어떨까. '난 뭘 해도 안돼'라는 실패자의 사고방식에 갇혀 항상 우울함을 느낀다면 행복이나 성공의 기쁨과는 점점 멀어질 것이 뻔하다. 그러면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나와 세상에 대해 낙관주의자의 관점을 유지하되 지나치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낙관주의의 이점을 충분히 인지하되 인생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곳곳에 해두면 가끔 예상치 못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크게 낙담하거나 곤란에 빠지지 않고 그런대로 행복감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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