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저작권의 충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창작의 경계를 다시 묻다

by 이천우

21세기 디지털 혁신의 정점에 선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창작 풍경을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과 함께 뒤흔들고 있다. 특히 AI가 창작의 주체로 부상하면서,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저작권 체계는 근본적인 성찰과 재설계를 요구받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창작 능력을 보완하거나 일부 대체할 수 있게 된 지금, 저작권 문제는 문화와 법,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장 뜨거운 논의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과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이는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서는 과제이며,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비교를 통해 한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은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에 관한 예외 규정을 도입해 비상업적 목적의 AI 학습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저작권자가 자신의 콘텐츠가 AI 학습에 활용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옵트아웃(opt-out)’ 권한을 부여하고, 학습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규정도 논의 중이다. 이는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미국은 '공정 이용(Fair Use)' 개념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AI 학습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일본은 2019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AI 학습용 데이터 활용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면서 '기계 학습의 천국'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한편, 중국은 아직 명확한 법적 기준은 부족하지만, 일부 판례를 통해 AI 생성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하고 침해 책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사례는 기술 혁신과 창작자 권리 보호 간의 균형을 모색하려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옵트아웃 제도의 실효성, AI 학습에 사용된 저작물의 권리자 보호 체계 미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AI 학습을 위한 명확한 저작권 예외 조항은 부재한 상태이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마련 중인 ‘AI 학습용 저작물 이용 가이드라인’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AI가 기존 저작물을 바탕으로 생성한 결과물이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그 권리를 누구에게 귀속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도 모호하다. 한국은 ‘인간의 창작성’이 있어야 저작물로 인정된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창작 현장에서는 혼란이 잦다. 예컨대 한 국내 출판사는 AI가 작성한 문장을 포함한 원고를 출판한 뒤, 저작권 등록과 수익 배분을 둘러싸고 창작자와 갈등을 빚은 사례가 있었다. 이는 제도적 불확실성이 현실의 분쟁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점차 대응의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공공저작물 개방 확대와 함께, CCL 및 공공누리 라이선스 활용, AI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 기준 마련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저작물 이력 관리 시스템, 디지털 워터마킹 등 기술적 보호 장치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KOMCA(한국음악저작권협회), KOSCAP(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은 AI 콘텐츠 이용에 관한 중개 서비스를 통해 창작자와 사용자 간 권리 조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KOMCA는 AI 기반 작곡 서비스의 상용화를 앞두고 라이선스 체계를 정비 중이다. 이는 산업과 창작자 간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려는 제도적 준비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창작자와 사용자 간 권리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어야 지속적인 창작이 가능하고, 사용자는 명확한 기준 안에서 AI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균형은 창작의 자율성과 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보장하는 핵심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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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국이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보다 선명한 법제 정비와 함께 국제 흐름을 반영한 유연하고 실질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되 기술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조화로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 사회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제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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