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 시간을 걷다

추억의 사잔 한 장

by 이천우



오래된 앨범을 펼치다 문득,
마음을 조용히 끌어당기는 한 장의 사진을 꺼냈습니다.
주황빛 모자를 눌러쓴 나,
선글라스를 낀 아내는 해맑게 웃고 있었죠.

2012년 6월 10일, 벌써 13년 전의 여름날입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창원에서 기차를 타고 여수로 향했죠.

바닷바람이 귓가에 속삭이고,
축제가 손짓하던 계절.
삶이 잠시 속도를 늦췄고,
드물게 허락된 둘만의 여유가 찾아온 순간이었습니다


아내는 고등학교 교사로, 나는 대학교수로 바쁘게 살았던 시절.
두 딸이 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나면서,
우리에게는 긴 시간 잊고 지냈던 ‘둘’이라는 풍경이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여수 세계 엑스포.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 아래,
도시는 생생히 살아 움직였고,
바다는 말없이 깊은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전시관 앞, 국기들이 펄럭이는 그 길을
우리는 천천히 걸었습니다.


햇살을 피하려고 즉흥적으로 산 주황 모자는
어느새 그날을 기억하는 상징이 되었고요.


아내가 조용히 내 팔에 팔짱을 꼈고,
나는 아내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 찰나를 담은 한 장의 사진.


ChatGPT Image 2025년 4월 19일 오후 02_59_28.png


사진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스쳐 지나갔을 하루였겠지만,
지금 우리는 그 사진 덕분에
다시 그날로 돌아갑니다.


건강했던 시간.
말없이도 서로를 읽을 수 있었던 날들.


여수의 바다보다 깊었던 건
우리 사이의 신뢰였고,

엑스포의 열기보다 따뜻했던 건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이었습니다.


그날의 웃음은
지금도 사진 속에 살아 있습니다.

종이는 빛바랬지만,
기억은 단 한 줄도 바래지 않았습니다.


그 하루는 짧았지만,
그날을 꺼내 보는 이 한 장의 사진이
지금 우리에게 다시 하루를 살아낼 힘이 되어줍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때의 온기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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