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법,
AI 시대의 문해력
말을 알아듣는 인공지능, 그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요? 자연어 처리와 딥러닝이 만든 놀라운 세계를 탐험해 봅니다.
서론
이제는 스마트폰에 말을 걸면 답을 듣고, 외국어 문장을 자연스럽게 번역해 주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시를 쓰고, 복잡한 철학적 질문에도 제법 근사한 답을 내놓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핵심에는 바로 자연어 처리(NLP)와 딥러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Russell과 Norvig의 『Artificial Intelligence: A Modern Approach』 제25장을 바탕으로,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 그 여정을 차근차근 따라가 보려 합니다.
본문
1. 단어를 숫자로 이해하기: 워드 임베딩
초기의 컴퓨터는 단어를 단순한 숫자 ID로만 처리했습니다. 예컨대 '사랑'은 101, '증오'는 309라는 식으로 숫자로만 표현되었기 때문에, 컴퓨터는 이들이 감정적으로 완전히 상반된 의미라는 점을 인식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표현 방식은 단어 간의 관계나 유사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의 복잡성과 맥락을 이해하기에 매우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워드 임베딩(Word Embedding) 기술의 등장으로, 단어는 더 이상 고립된 숫자가 아니라, 고차원 공간 속에서 의미 기반의 벡터로 표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벡터는 수치적인 거리로 단어 간 유사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해 주며, 의미가 비슷한 단어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운 위치에 배치됩니다. 예를 들어, '사랑'과 '이해'는 의미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벡터 공간상에서 가까운 지점에 위치하고, 반대로 '사랑'과 '증오'는 멀리 떨어져 나타납니다. 이를 통해 컴퓨터는 단어들 간의 관계와 감정적 맥락까지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언어 이해의 정교함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King - Man + Woman = Queen”이 가능한 이유, 바로 이 임베딩 덕분입니다.
2. 문장의 흐름을 기억하는 기술: RNN과 LSTM
문장은 단순히 단어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나는 너를 사랑해"와 "사랑해 너를 나는"은 동일한 단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단어의 배열 순서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는 언어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맥락과 구조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보여주죠. 이러한 순차적 특성을 처리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순환 신경망(RNN, Recurrent Neural Network)입니다. RNN은 입력된 단어들의 시퀀스를 따라가며 이전의 정보를 내부 상태에 저장하고,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데 활용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거 정보를 점차 잊게 되는 '기억 소실(vanishing gradient)' 문제로 인해 긴 문장이나 멀리 떨어진 단어 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LSTM(Long Short-Term Memory) 구조입니다. LSTM은 내부에 세 가지 주요 게이트—입력 게이트, 망각 게이트, 출력 게이트—를 가지고 있어, 어떤 정보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지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LSTM은 긴 문장이나 복잡한 문맥 속에서도 중요한 의미 요소를 잃지 않고 유지하며, 보다 정확한 언어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3. 기계 번역의 혁신: 시퀀스-투-시퀀스와 어텐션
딥러닝 기술은 기계 번역 분야에서도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Sequence-to-Sequence(Seq2Seq) 구조는 자연어를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입력 문장을 고정된 길이의 벡터로 인코딩하고, 이 벡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장을 생성하는 디코더를 거쳐 번역 결과를 출력합니다. 인코더는 문장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요약한 벡터 표현을 만들고, 디코더는 이를 기반으로 목표 언어 문장을 단계적으로 예측하죠.
그러나 이 구조만으로는 긴 문장이나 복잡한 문맥에서 중요한 정보가 누락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어텐션 메커니즘(Attention Mechanism)'입니다. 어텐션은 디코더가 번역을 생성할 때 인코더의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학습합니다. 예를 들어, 번역 중 '그녀는 학교에 갔다'라는 문장에서 '그녀'를 번역할 때, 디코더는 입력 문장의 주어가 누구였는지를 동적으로 참고합니다. 이러한 맥락 중심의 집중 기능 덕분에 문장 내 단어들의 의미적 연결성이 더욱 정밀하게 반영되며, 전체 문장의 자연스러움과 번역의 정확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4. 자기-이해를 통한 도약: 트랜스포머와 자기-어텐션
2017년, "Attention is All You Need"라는 논문에서 소개된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은 자연어 처리 분야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이 모델은 기존의 순차적인 RNN 구조와 달리, 문장의 모든 단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자기-어텐션(Self-Attention)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문장의 각 단어가 다른 모든 단어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죠. 예를 들어, 문장의 마지막 단어를 해석할 때 처음 등장한 주어와의 관계까지 인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치 임베딩(Positional Embedding)을 활용하여, 단어의 순서 정보가 반영되도록 해줍니다. 이로 인해 트랜스포머는 속도와 정확도 면에서 이전 모델들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며, BERT, GPT 같은 현대 언어 모델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5. 적은 데이터도 학습 가능하게: 사전 학습과 전이 학습
딥러닝 모델은 본질적으로 수많은 학습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특정 작업이나 전문 분야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하죠.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사전 학습(Pretraining)'과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입니다. 먼저, 인터넷에서 수집한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반적인 언어 구조와 표현 방식을 미리 학습합니다. 이를 통해 모델은 문법, 문맥, 어휘의 기본적인 사용 패턴을 익히게 됩니다.
이후, 특정 작업(예: 감정 분석, 요약, 질의응답 등)에 필요한 소량의 데이터로 추가 학습을 수행하여, 해당 분야에 맞춘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 방식은 데이터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 과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모델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BERT, GPT 등의 언어 모델이 있으며, 이들은 사전 학습과 전이 학습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6. 양방향 문맥의 이해: 마스크드 언어 모델(MLM)
기존의 언어 모델은 일반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문장을 처리하며 단어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방향 접근은 전체 문맥을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BERT(Bidirectional Encoder Representations from Transformers)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스크드 언어 모델(Masked Language Model, MLM)을 도입했습니다. 이 방식에서는 문장 중간의 특정 단어를 [MASK]로 가린 뒤, 양쪽의 문맥 정보를 동시에 참고하여 해당 단어를 예측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나는 [MASK]을 좋아한다”라는 문장에서 BERT는 앞에 있는 '나는'과 뒤에 있는 '을 좋아한다'라는 정보를 함께 고려하여 [MASK]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단어가 무엇 일지를 추론합니다.
이러한 양방향 학습 구조 덕분에 BERT는 보다 깊이 있고 정교한 언어 이해 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후 다양한 자연어 처리 작업에서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이끌어냈습니다.
7. 자연어 처리의 도약: 대형 언어 모델의 시대
GPT-2, BERT, T5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들은 자연어 처리(NLP)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꿨습니다. 이들은 기존의 규칙 기반 시스템과 달리, 사람의 개입 없이도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통해 언어의 문법, 의미, 맥락 등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GPT-2는 사전 학습만으로도 별도의 추가 훈련 없이 요약, 번역, 질의응답, 창작 등 다양한 작업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으며, 사람처럼 문장을 이어가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반면 T5(Text-to-Text Transfer Transformer)는 모든 자연어 처리 작업을 텍스트 입력과 출력의 문제로 통일시켜 처리함으로써, 질문 생성부터 요약, 번역, 분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업을 일관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T5는 750GB에 달하는 대규모 텍스트를 학습한 덕분에 인간의 성능을 능가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들은 인공지능이 언어를 단순히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이해하고 응답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연어 처리의 ImageNet 순간”, 바로 이 시기입니다.
결론
자연어 처리는 이제 단순히 단어를 분석하거나 문장을 해석하는 기술을 넘어서,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서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검색 엔진에서 정확한 결과를 찾고, 고객 상담에서 인간과 유사한 대화를 나누며, 문학 작품이나 에세이 작성에도 AI의 손길이 닿고 있죠. 딥러닝의 발전으로 컴퓨터는 단어의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서 그 이면의 감정, 문맥,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언어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응답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AI는 어디까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게 될까요? 앞으로 펼쳐질 기술의 진보 속에서, 우리는 인간과 기계가 더욱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소통의 시대를 함께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자연어처리 #딥러닝 #트랜스포머 #GPT #BERT #AI블로그 #NLP입문 #딥러닝기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