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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켓 May 10. 2017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랑




34세의 나이에 세계 랭킹 수준의 호텔 '사메지마'를 이끄는 젊은 대표 '레이지'는 오랜 시간 함께 일해 온 직원이 저지른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며, 가차 없이 내 칠 정도로 냉정하고 빈틈이 없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돈과 명예, 모든 것을 가진 남자 같지만, 사실 그는 과하게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투로 인해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한 초식남. 그런 레이지가 신입 사원 '미사키'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레이지는 비서인 무라오키와 이시가미, 때로는 직원들과 라이벌 와다에게까지 조언을 구하며 점점 미사키에게 다가가게 된다.

드라마 속에서는 다양한 성향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수많은 여자를 거느리는 라이벌 호텔의 사장 와다, 신입 사원들에게 치근덕대는 미우라 그리고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부장 시라하마까지. 이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결국은 모두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다 가진 사람'의 표본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레이지와 이혼을 겪은 그의 아버지를 통해 더욱 확실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남녀노소, 직책, 경험 불문하고 '사랑'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왼쪽부터 차례로 와다, 미우라, 시라하마 / 이미지 출처 : 구글>


레이지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미사키와 가까워진다. 때로는 엉뚱한 거짓말을 하고, 원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조작을 하고,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결국 그의 마음이 통할 때는 언제나 용기 내어 진심을 말했을 때였다. 또한, 자꾸 어긋나기만 하던 두 사람을 바로 맞춰준 것은 다름 아닌 '배려심'이었다. 사랑은 참는 것이 아니라 맞춰가는 것이라는 말처럼 서로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단점을 고치려 노력하고, 상대방에게는 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둘의 관계는 점점 성숙해진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간혹 아주 가까운 곳, 혹은 사소한 것에서 발견하곤 하는데, <세카무즈>는 그런 '사소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대방을 위해 좋아할 만한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싫어할 만한 행동을 하나라도 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같은 이야기를 말이다.

사실 <세카무즈>를 보면서 지난번 포스팅했던 <도망부끄>가 많이 생각났다. 여자 주인공의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남자 주인공이 연애를 해보지 못했다는 컨셉이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망부끄>에서는 여주와 남주 모두 자존감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여주의 성격이 적극적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전개가 더디다고 생각했다. 또,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도망부끄>가 좀 더 동적인 느낌이었다.

각각의 드라마가 추구하는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세카무즈>는 '이 드라마의 뒷이야기를 놓쳐서는 안 돼!'라는 매력 포인트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실 오노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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