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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켓 May 24. 2017

목소리의 형태

(聲の形, A Silent Voice : The Movie, 2016)




영화 <목소리의 형태>는 일본 주간 소년 매거진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그러나 처음 수상 하였을 때, 편집부에서는 청각 장애인과 이지메(왕따)라는 소재가 만화로 제작되는 것이 독자에게 희망을 주기에 힘든, 긍정적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되어 게재를 보류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 우리가 극복하지 못하는 것들 혹은 노력해도 성장하지 않는 것들을 끌어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후기들을 찾아보면 가해자를 미화하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 꽤 많이 있는데, 이런 점이 바로 편집부가 초기에 걱정했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쇼코'가 아닌 '쇼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 또한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들어야 할 목소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쇼야가 피해자의 입장이 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변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목소리의 형태>를 보면서 궁금한 점이 몇 개 있었다. 그중 한 가지는 총 7권으로 이루어진 원작을 2시간에 담으려다 보니, 편집된 부분이 많아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했던 부분에서 생겼고, 또 한 가지는 유독 바닥을 바라보는 시점이 많다는 걸 느꼈을 때였다.

쇼야가 따돌림을 당하는 처지가 되고 나서 그는 사람들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심리 상태는 상대방의 얼굴에 'X' 표시를 떼거나 붙이는 것으로 표현된다. 마음을 열기도 하고 다시 닫기도 하고, 친구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X' 표시를 붙이지 않은 사람 앞에서도 쇼야는 고개를 숙인다. 쇼코에게도 그랬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랬다.

'고개를 숙인다.'라는 행동에는 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대개는 반성하고 있거나, 미안하거나, 두려운 마음이 있을 때 취해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화 안에서 쇼야가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화면은 상대방의 발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역할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시점이 다시 위로 올라왔을 때, 서로의 얼굴을 보며 진심을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렇게 화면의 위치를 통한 설정을 사용하여 어쩌면 '무엇이 되었든 똑바로 마주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다.'라는 메세지를 전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성장의 과정에는 배움이 동반된다. 과거에 쇼코가 자신의 손을 잡자 기분 나쁘다며 밀쳐내던 쇼야는 후에 수화를 통해 쇼코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구어도, 필담도 아닌 수화로 말이다. 어쩌면 평생 익히지 못했을 언어일 텐데, 그 안에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쇼코에게 꼭 사과하고 싶었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심으로 속죄하고 있다면, 피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을 쇼야를 통해 알 수 있다. 어설픈 사과는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려는 이기심이며 피해자에게는 더 큰 상처를 줄 뿐이다.

이미 지나간 삶을 돌이킬 수도 지울 수도 없기에 아주 새로운 사람이 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때보다는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또, 그렇게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 <목소리의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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