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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켓 May 28. 2017

너와 100번째 사랑

君と100回目の恋, The 100th love with you, 2017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토리 자체로는 그다지 매력적인 영화는 아니다. 일본의 '타임 리프' 사랑으로 많은 시간 여행 작품들이 나왔었지만, 이전에 개봉한 영화들만큼 몰입감을 높여주는 무언가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남녀 주인공으로 참여한 배우들이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일명 '소금 미남'으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 겸 배우이다. <너와 100번째 사랑>은 '켄타로 영상 화보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를 멋지고 예쁘게 담아내고 있는데, 켄타로의 덕후로써는 영화 속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아오이 역을 맡은 미와는 정말 듣기 좋은 음색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배경과 사건의 중심이 되는 '밴드부'라는 설정으로 노래 부르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안에서 미와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녹아들며 주인공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실 이 배우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본업이 가수인가 싶을 정도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후에 검색해보니 정말 가수였다. 편견을 가지면 안 되긴 하지만 본업이 따로 있던 두 배우의 연기가 심히 어색했음은 사실인 것 같다.

게다가 지난해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 출연하여 얼굴이 낯익었던 '마노 에리나'가 아오이의 친구 역을 맡았다. 무척 반가우면서도 그녀의 연기가 이들 중 가장 안정적인 느낌이라 여자 주인공이 바뀌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다음번에는 에리나가 원 톱 주연으로 나오는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

'타임 리프 물'이라는 장르는 그 소재 자체만으로 기대를 하게 하며 이미 다양한 작품들에서 다뤄져 왔다. 하지만 시간을 몇 번이고 되돌려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였다. 바로 '지금을 소중히'. 어찌 보면 주제가 뻔한 전개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 <너와 100번째 사랑>에서는 바로 그런 부분에 약간의 차이를 두었다.

미와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리쿠는 시간 여행으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수십 번이나 똑같은 날들을 보낸다. 미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기, 아예 다른 장소로 떠나버리기, 그녀를 안전한 장소에 가두어 두기 등 리쿠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미와를 죽음에서 떼어 놓으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미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가 없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미와는 자신 때문에 시간을 보내는 리쿠에게 죽음을 받아들이자고 한다. 다른 작품에서는 대부분 어긋난 상황을 되돌리거나,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 시킨다. 그러나 <너와 100번째 사랑>은 문제 자체를 받아들이며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더 좋게 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로 돌아가 지난 일들을 되돌려 현재를 바꿀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 있다면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날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바로 영화의 OST이다. 사카구치 켄타로와 미와는 밴드부의 기타리스트와 보컬로써 노래를 부르고 작곡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켄타로의 손끝으로 진동시키는 기타의 선율과 미와의 산뜻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리며 하나의 곡을 만들어 가는데, 영화의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노래들이 아닐 수 없다.


그중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제곡은 바로 엔딩 장면에서 라이브 연주를 했던 「アイオクリ(아이오 쿠리)」라는 곡이다. '아오이'와 '리쿠'의 이름을 넣은 가사와 그 이름을 아나그램으로 바꾸어 타이틀로 만든 '아이오 쿠리'에는 '사랑을 전한다'라는 의미와 '사랑하는 시간을 되돌리지 않고 보낸다'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가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두 아오이와 리쿠가 함께 했던 시간을 가사로 꾸려 놓았는데, 영화의 연출도 그랬지만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둘의 행복했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했다.

자극적인 영화들이 쏟아지는 요즘 극장가에 이렇게 순수하고 잔잔한 영화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잘 쓰지 않는 대사들로 가끔은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일본 영화가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출처 : http://pv755.com/aiori-miwa





이게 개봉 1주차에 지급되는 이미지 엽서. 선착순으로 지급한다고 하는데, 웬만하면 다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주차에는 폴라로이드 사진? 이었고, 이 외에 최다 관람 이벤트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1등에게는 무려 소니 블루투스 스피커를 증정한다고 한다. (근데 난 그 정도로 보고 싶지는 않아 소곤 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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