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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켓 Mar 07. 2017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세상 모든 하울들에게 바치는 영화

*스포일러 있음




하울이 개봉했을 때가 아마 중학교 때였나.. 많이 늙었다.. 아무튼, 그때는 하울을 보면서 그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이렇게까지 표현을 해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냥 신기하고 예뻤던 것 같다. 그런데 십여 년이 흐른 지금은 그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많이 보였던 것 같다.

우선,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소피'와 '하울'을 보며 마음이 많이 쓰였다. 참 쓰다듬고 품어주고 싶은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외모와 삶에 있어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고,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사실 겁도 많고 두려움을 간직한 듯했다.

소피가 할머니로 변한 뒤로 '나이가 들면 놀라지 않아서 좋다'라던가, '노인의 좋은 점은 잃을게 적다는 것이구나'라는 식의 말을 한다. 겉은 노인이지만 사실 내면은 소녀의 모습인 소피의 저주를 생각하면,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소피가 평소 생각하고 있는 마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처음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봤을 때도 나 같으면 까무러쳤을 텐데 소피는 침착하자며 괜찮다고 자기를 토닥였고, 아버지가 남긴 가게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저주에 걸린 후 훌쩍 떠나버리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하울 또한 화장실 선반을 정리한 소피 때문에 머리색이 변하자 '아름답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어'라는 말과 함께 우울함이 폭발한다. 그리고 마법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했던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것이지만 사실 하울은 방에 온갖 부적을 붙여 둘 정도로 항상 두렵고 무서워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소피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장면들이 있다. 처음에는 이런 표현들이 하울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보여줄 때 변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소피는 잠이 들었을 때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황실에서 설리먼과 이야기를 할 때도 돌아왔었다. 두 상황을 고려하면 소피도 모르던 진짜 자신이 원하던 것들을 표출하면서 자존감을 찾아갈 때 저주가 풀리는 거구나 싶었다.

늘 위축되어있던 소피지만 잘 때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으며, 설리먼과의 대화에서는 자신감 있게 자기의 의사를 표현했다. 이후로도 하울에 대한 마음을 보여줄 때 역시 솔직한 소피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일본의 작품들을 보면 '인연'을 굉장히 중요시 생각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일본은 특히나 서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으로 마음에 뭔가 와 닿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가장 최근에 개봉했던 <너의 이름은>도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그와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처음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이 만나는 장면에서 하울은 소피에게 '한참 찾았잖아'라는 말을 한다. 그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후에 소피가 어린 시절의 하울과 만났던 장면이 나오면서 그 말이 가진 의미를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 머리색이 변하고 우울에 빠져있던 하울이 방에서 나가려는 소피에게
가지 말라고 했던 장면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또, 둘이 만났던 장면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던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노래의 의미도.

출처 : Insight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엔딩으로 갈수록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급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수히 많은 장면들과 개봉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곱씹을수록 다양한 의미를 찾게 된다는 점에서 참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세상 모든 하울들에게 이 영화를 통해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새롭고 이야기할 것도 많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나는 이 정도로 마무리해야겠다.






출처 : Youtube soulmate8266

영화 전체에 걸쳐 꾸준히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인 인생의 회전목마. 하울을 다 보고 나면 OST의 제목조차 크게 다가온다. 몇 번을 들어도 클라이맥스 부분은 언제나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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