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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간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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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문 Aug 22. 2023

관심을 가지면 보이게 되는 것들

신기하게도 관심이 없을 때 전혀 보이지 않아다 갑작스럽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군 시절을 생각해보면 서울에 군인들이 그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 휴가 나온 군인들이 멋낸 빳빳하고 줄잡힌 군복이나 파리가 앉았다 미끄러질정도로 매끄럽고 반짝반짝하는 군화는 그전에는 미쳐 몰랐던 것들이었다. 서로의 군복을 의식하며 지나가는 군인들의 눈길도 재미있기만 했다.



아내가 아이를 가지고는 임산부가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저 정도 배면 몇 개월정도겠구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서는 아기띠와 유머차의 상표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에르고'라는 약간 고급의 아기띠가 있었는데 아내를 졸라 결국 사서 아이를 안으며 역시 외제가 좋다며, 아이가 덜 무겁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요새는 유독 암과 관련된 뉴스 기사가 눈에 보인다. 암 치료에 대한 최신 기사부터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들이 많다. 알고리즘 때문인지 모르겠다. 눈에 띈다는 표현보다 '눈에 띄도록 해주었다'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만화가 사노나미의 부고뉴스를 접했다. 사노나미는 '사카모토입니다만?'의 화가이다. 병맛 만화인데 꽤 재미있게 봤었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친구들의 시도를 번번히 좌절시키는 초인적 꽃미남에 대한 이야기다. 투병 한 달 만에 36살의 나이로 죽었는데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인생은 즐거운 인생이었어, 저는 앞으로 아마 좀 더 
자유로운 세계에 다녀올 것입니다. 안녕히.

짧지만 즐거운 인생. 나는 즐거운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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