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없다가 막상 나에게 일이 닥치고 보니 인터넷에서 치료법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완치에 가까운 방법은 간 이식이다. 간염 바이러스가 없는 간으로 교체를 하는 것이니 재발율도 낮다. 재발은 암의 인자가 혈액이나 다른 곳에 있다 옮겨거는 경우이다. 문제는 이식을 해 주겠다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외국은 사후 기증자가 많아 사후 기증자의 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 우리는 극히 부족해 우선 순위를 정해 기증한다고 한다. 우선 순위라는 것이 위급한 순서가 될 것인데 결국 가장 회복이 불가한 사람한테 간이 가는 것이니 성공률이 낮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렇다고 상태가 가장 좋은 사람한테 먼저 이식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이타심이 툭 튀어나왔다. 장기 기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암의 현실도 나를 위한 삶에 대한 준비도 아직 되어있지 않다.
결국 간 이식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받는 이식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성공율이 거의 99%라고 하지만 아무나 간을 떼어줄리가 없다. 결국 가족이 될터인데 멀쩡한 아들 둘이 수술을 하여 간을 떼주는 것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간 절제술이다. 암이 있는 부위와 함께 주변부를 도려내는 것이다. 한 10년전이었으면 나도 간 절제술을 했을 것 같다. 기사를 찾아보니까 과거에는 고주파 시술은 간 절제술이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사용했었다. 현재는 일정 조건(예를들어 3cm 이하이고 3개 이하의 암세포의 경우)만 맞으면 고주파 시술을 한다. 그리고 그 경과가 간 절제와 비슷하다고 한다.
고주파 열치료(RFA)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간암의 위치를 확인한 후,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침을 간주변에 찔러 넣은 후 고주파 전류를 가하여 암 부위에 열을 발생시킴으로써 암세포를 태워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시술은 3일정도면 퇴원이 가능하다.
진단을 받은 날이 7월 13일 목요일인데 바로 다음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월요일 입원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러겠다고 했다. 월요일 입원 후 화요일 초음파 검사를 오전에 하고 오후에 시술을 받았다. 초음파 검사를 하는 의사 선생님이 20~30%는 5~10년이상 아무일이 없고, 20~30%는 5년안에 재발, 나머지는 2년안에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확률이 너무 낮은 것에 절망하고 있는데 내 나이에 이정도 크기면 괜찮을 확률이 높을 수도 있다고 위로해주며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곁들여 했다. 20년 동안 이 병원을 다녔는데 처음 듣는 위로와 조언이었다.사실 확률이라 그 확률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말로 위로 받고 희망을 얻는 존재다. 사람은 생물 기계가 아니다.
오후에 시술이 이루어졌다. 수면 마취라 시술은 아프지 않았다. 깨서 극심한 통증이 옆구리에서 어꺠까지 이어졌다. 의사의 설명으로는 고주파가 고열이라 바로 위 횡경막이 델 수 있다 이야기하였다. 숨을 쉴 때 아픈 이유도 횡격막이 데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단-시술의 과정이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끝났다. 문화지체현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물질문화보다 비물질문화가 늦게 따라와서 생기는 사회문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많지만 교통문화는 뒤늦게 받아들여 교통사고가 많은 경우다. 내 경우는 '수용'지체를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암의 현실 속에서 재빠른 치료가 이루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암의 현실이 와 닿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 확률이 20% 안에 들어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혹은 나머지 %에 들어간다고 할 때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암흑같다. 시술 후 잠못 이룬 밤의 캄캄한 6인실 병실의 맨 끝 한켠 내 자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