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브런치에 간암일지를 쓰려하는가?
암 선고를 받고 매일 수 많은 생각들이 나를 휩쓸고 지나간다. 혹은 감정들이기도 하다.
어떤 생각들은 선고 받기 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통찰들이다. 고등학생인 아이가 공부를 잘해 성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어 고맙기만 하다. "공부에 너무 모든 것을 바치지 말았으면 좋겠어. 아빠는 네가 건강한 것이 더 중요해. 충분히 자고 잘 안되면 어쩔 수 없는거지"라고 진심을 담아 말한다.
어떨 때는 깊은 허무감이 나를 감싼다. 주로 혼자 있는 시간이 길때다. 창 밖 반짝이는 나뭇잎의 풍경을 내년에는 못 볼수도 있겠다 싶으면 슬프다. 내가 없어 슬퍼할 사람들이 몇 년이 지나면 또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상상을 하면 허무한 마음이 든다. 죽은 이는 잊혀지게 될 것이다.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잊혀지지 않을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내 감정, 내 생각, 짧은 삶의 교훈, 어리석었던 것들에 대한 후회를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살았을 때 해주고 싶었던 말을 혹시 모르니 미리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처 볼 것도 없고 생각과 감정의 거품을 걷어내고 날 것의 감정, 날 것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암환자의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독자가 있는 브런치에? 몇명 되지도 않는 독자에게?
기왕이면 정리된 글, 기왕이면 지속의 힘을 위해 독자가 있으면 좋다. 단 1명의 독자라도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